트럼프 '단기간 일괄타결' 뒤집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각) 북한 비핵화에 대해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6·12 미·북 정상회담 전까지만 해도 "단시간" "일괄 타결"을 줄기차게 주장했던 것에서 후퇴해도 한참 후퇴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CBS 인터뷰에서 '미·북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이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북한 비핵화)는 수십년간 진행돼온 일이지만 나는 그리 서두르지 않는다"며 "그동안 막후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막후에서 진행되는 긍정적인 일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유해 송환이 늦어지는 데 대해선 "복잡한 일이라 빨리 진행되지 않지만 되어가는 과정에 있다"며 "북한이 할 수만 있다면 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핵 문제도, 유해 송환도 북한 측의 시간을 기다리는 데 너그러워진 것이다.

지난 5월 22일 한·미 정상회담까지만 해도 전혀 달랐다. 당시 그는 북핵 해법과 관련해 "아주 짧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일괄 타결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취임 후 줄곧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시간 끌기 대북 정책이었던 '전략적 인내'를 비판하며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며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말해왔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최대 압박을 통한 '빅뱅식 일괄 타결'로 해석됐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폼페이오 장관 등 트럼프의 참모들은 아예 북핵 해법 시한을 '6개월에서 1년'으로 못 박기까지 했고, 북한의 핵무기 반출을 요구하는 이른바 '리비아식 해법'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6·12 미·북 정상회담 직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김정은이 (평양에 돌아가) 핵무기를 사실상 즉시 해체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만큼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 가능성을 믿었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북 정상회담 후에도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자 말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달 27일에는 북한 비핵화에 대해 "(비핵화를) 서두르면 오븐에서 칠면조를 빨리 꺼내는 것과 같다. 서두를수록 나쁘고 더 오래할수록 좋아질 것"이라고 했고, 지난 13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선 "아마도 사람들이 바라는 것보다 더 긴 과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달 초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당시 북한이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요구에 대해 "강도적인 요구" 등으로 극렬 반발하자 미국이 판을 깨지 않기 위해 '일괄 타결식 속도전'에서 후퇴해 장기전으로 완전히 입장을 바꾸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폼페이오 장관도 지난 11일 북핵 문제를 "수십 년에 걸친 도전"이라며 "협상에서 시간은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여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미·러 정상회담 직후 폭스뉴스 인터 뷰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국제적 (북한 체제 안전) 보장이 요구된다"며 "러시아는 북한에 안전 보장을 제공하는 데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 선결 조건으로 '미국의 적대 정책 폐기'를 요구하는 북한 입장에 동조하는 기존 방침을 강조한 것이다. 러시아가 적극 개입할 경우 북핵 문제의 일괄 타결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18/201807180019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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