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공사장·공장 등 8곳 찾아 "말이 안나온다"며 黨간부들 질책
9월 北정권 수립 70주년 앞두고 대북제재로 성과 없자 폭발한듯
 

"말이 안 나온다" "정말 너절하다" "태도가 매우 틀려먹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경제 현장을 돌면서 이 같은 강도 높은 용어로 내각과 노동당 간부들을 질책했다. 노동신문은 17일 김정은이 함경북도의 경제 현장 8곳을 현지 지도한 사실을 9개 면에 걸쳐 보도했다.

김정은이 이달 초 신의주 화학섬유공장 및 방직공장 시찰 때에 이어 2주 만에 또다시 경제 담당 간부들에게 호통에 가까운 질책을 한 것이다.

노동신문 등에 따르면 김정은은 어랑촌 발전소 현장에서 "대단히 격노했다"고 한다. 김정은은 "벼르고 벼르다 오늘 직접 나와보았는데 말이 안 나온다"며 "내각과 성·중앙기관들의 무책임하며 무능력한 사업 태도에 대해 엄한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경북도 청진의 조선소(위)와 가방 공장(아래)을 방문해 현장 지도하는 모습을 북한 조선중앙TV·노동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청진 조선소를 찾은 김정은 오른쪽 뒤로는 지난해 실각했다 최근 복권된 것으로 알려진 황병서의 모습이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경북도 청진의 조선소(위)와 가방 공장(아래)을 방문해 현장 지도하는 모습을 북한 조선중앙TV·노동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청진 조선소를 찾은 김정은 오른쪽 뒤로는 지난해 실각했다 최근 복권된 것으로 알려진 황병서의 모습이 보인다. /조선중앙TV·노동신문

그러면서 "더더욱 괘씸한 것은 나라의 경제를 책임진 일꾼들이 건설 현장에는 한 번도 나와보지 않으면서도 준공식 때마다 얼굴들을 들이미는 뻔뻔스러운 행태"라고도 했다. 김정은은 온포 휴양소에서는 관리 실태 부실을 지적하며 "정말 너절하다. 수령님과 장군님의 업적을 말아먹고 죄를 짓게 된다"고 했다.

김정은이 이처럼 분노를 표출한 것은 정권 수립 70주년(9월 9일)을 성대한 경제적 성과로 기념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6월 말 평안북도를 시작으로 7월 초 자강도를 거쳐 7월 중순 함경북도까지 북·중 접경지대를 시찰하고 있다. 3주 가까이 '경제 시찰'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중 경협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행보지만 9·9절까지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북 제재로 눈에 띌 만한 경제 성과가 나오지 않자 분노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노동신문도 1면에 게재한 사설에서 "내각은 경제사령부로서 공장·기업소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장악하고 생산 정상화와 현대화 사업을 적극 도와주어야 한다"고 했다.

김정은이 쏟아낸 질책의 강도로 봤을 때 내각과 당 경제부서 및 조직지도부 간부들에 대한 문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은 "내각을 비롯한 경제지도기관 책임 일꾼들도 덜돼 먹었지만 당 중앙위원회 경제부와 조직지도부 해당 지도과들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경제 사령탑인 박봉주 내각총리와 로두철 부총리 등이 일차적으 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발전소 건설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박훈 건설건재공업상, 김만수 전력공업상, 건설건재공업상 출신인 동정호 부총리 등도 문책 대상이 될 수 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북 제재의 영향으로 경제 상황이 생각보다 호전되지 않자 책임 전가를 위해 경제 부문 엘리트들을 희생양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18/2018071800254.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