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서 4시간 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각) 핀란드 헬싱키에서 첫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날 오후 핀란드 대통령궁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일대일 단독 회담을 통해 핵무기 감축,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완화, 북한 비핵화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의 단독 회담은 당초 예정 시간인 90분을 훌쩍 넘어 두 시간 넘게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난해 7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작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푸틴과 짧게 만난 적이 있지만 공식 정상회담은 처음이다. 일대일 회담에 이어 참모들을 배석시켜 업무 오찬까지 모두 네 시간에 걸쳐 두 정상은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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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에서 셋째)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에서 둘째)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각) 핀란드 헬싱키 대통령궁에 마련된 미·러 정상회담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핵무기 감축과 북한 비핵화 문제, 중국 관련 현안, 시리아 등 중동 문제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이날 일대일 단독 회담은 당초 90분으로 예정됐지만 두 시간 넘게 진행됐다. /AFP 연합뉴스
회담이 모두 끝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강력한 대화를 푸틴 대통령과 이어가겠다"며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가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더라도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미·러 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나빴지만 오늘 4시간에 걸친 대화를 통해 많은 게 바뀌었다고 믿는다"며 "푸틴과 조만간 다시 만날 것 같고, 자주 볼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푸틴에 대해 "좋은 경쟁자"라고 표현하기도 했으며 "테러를 막기 위해 힘을 모으자"고도 했다. 트럼프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데 푸틴 대통령도 동의했다"고 했다. 그는 또 "시리아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했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는 솔직했고 성과가 있었다"며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복잡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는 "핵무기를 대량 보유한 국가로서 미국과 러시아는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세계 안보를 위해 양국이 대량 학살 무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구체적인 제안을 미국에 했다"고 말했다. 푸틴은 또 "한반도 문제가 점차적으로 해결되기 시작한 것은 좋은 일"이라며 "이는 상당 부분 트럼프 대통령이 협력의 정신으로 대화를 추구하며 (문제) 해결에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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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푸틴 첫 공식 정상회담 -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각) 핀란드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첫 공식 정상회담을 갖기 전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앞으로도 계속 강력한 대화를 푸틴 대통령과 이어가겠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는 솔직했고 성과가 있었다”고 했다. /AFP 연합뉴스
그러나 긴장 관계가 흐른 이슈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 핵 협정에서 탈퇴한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시했다"고 했다. 러시아는 우방인 이란이 미국의 핵 협정 탈퇴로 곤경에 빠지는 것에 대해 걱정을 표시해왔다. 두 정상은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푸틴은 "러시아는 결코 미국 대선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때마다 지각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푸틴은 이날 정상회담에도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았다. 푸틴의 전용기가 30분 연착하면서 회담이 한 시간 늦게 시작됐다. 그러나 회담장에는 푸틴 대통령이 먼저 도착했다. 푸틴도 여느 정상회담과는 달리 임했다는 뜻이다.

회담에 앞서 모두 발언은 푸틴이 먼저 하도록 트럼프가 양보했다. 푸틴은 "나와 트럼프 대통령은 전화 통화를 하고 국제회의에서 만나 접촉해왔으며 이제 다양한 국제 문제와 민감한 이슈들에 대해서도 깊게 대화할 시간이 왔다"고 말했다. 푸틴이 말하는 동안 트럼프는 푸틴에게 윙크를 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무역에서부터 미사일, 핵 문제, 중국까지 모든 이슈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최근 몇 년 동안 미·러 관계가 나빴지만 오늘 좋은 기회를 잡았다"며 "우리가 매우 특별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러 정상이 중국 문제를 논의했다는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중·러 양국은 최근 밀착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만 구소련 시절부터 오랜 견제 관계였다.

트럼프는 특히 핵무기 감축을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세계 핵무기의 90%를 갖고 있는 두 나라"라며 "세계가 우리가 잘 지내기를 바란다는 걸 알고 있으며 러시아와 잘 지내는 건 좋은 일"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일대일 회담에 통역만 대동했으며,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세밀하게 공개되지 않아 유럽 국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17/201807170018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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