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직후 북한 다녀온 이상수 스웨덴 안보개발硏 코리아센터장
 

"북한 측은 '우리 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단으로 남북,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된 만큼 주도권도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 비핵화 협상이 장기전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스웨덴의 대표 싱크탱크인 안보개발정책연구소(ISDP) 산하 코리아센터의 이상수(45) 센터장은 지난 13일 본지 인터뷰에서 "북한 외무성 등 외교 라인은 현 대화 국면을 고무적으로 보는 반면 당·군부에선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상수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ISDP) 산하 코리아센터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수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ISDP) 산하 코리아센터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한반도 대화 국면에 북한 내부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이 센터장은 "특히 북한 내부에선 비핵화 초기 조치 후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치르고 갑자기 대화 태도를 바꿀까 봐 우려가 크다"며 "이 때문에 종전 선언을 비롯한 1차적 체제 안전 수단을 보장받기 전에는 절대 먼저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ISDP 코리아센터는 북유럽 유일의 한반도 문제 전문 연구소로 지난 5월 KF(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받아 문을 열었다. ISDP 선임 연구원이던 스웨덴 국적의 한반도 전문가 이상수 박사가 초대 센터장을 맡았다. 스웨덴은 1973년 북한과 수교 후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몇 안 되는 유럽 국가다.

이 센터장은 연간 두 차례 스톡홀름에서 북한 당국자가 참석하는 1.5트랙(반관반민) 다자 회의를 열고 있고, 북한 외무성 초청으로 총 여섯 차례 방북했다.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5월 1~5일에도 평양과 개성, 판문점 북측 지역을 둘러봤다.

이 센터장은 "당시 북측은 '정상회담 이후 첫 판문점 방문 손님'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 장소를 일일이 안내했다"고 했다. 숙소와 상점 등 이동지마다 TV에서 정상 간 첫 만남 장면이 방송됐다고 한다. 그는 "북측은 회담 장면을 대대적으로 선전했고, '조국의 지도자들이 역사적 만남으로 이런 평화적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대단하다' '감동적이다'를 연발했다"고 했다. 이어 "북한 내부는 매우 흥분된 상태였고, 특히 이번엔 북측이 주도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 2007년 회담 때보다 감정 이입을 많이 한 것 같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북이 지금 원하는 것은 제재 완화가 아닌 체제 안전 보장"이라고 했다. 이번 방북 때도 그에게 제재 문제를 언급하는 사람은 없었다. "돈과 고기를 위해 핵 보검을 포기한다고 내부에 선전할 수 없고, 그것은 곧 실패한 리비아의 전철을 따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이 제재 완화는 미국과 협상 과정에서 자연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종전 선언 등을 얻어내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북측 관계자들은 '우리나라(북한)는 다른 나라와 달리 여론전도 없고 야당 견제도 없다. 최고 지도자가 결정하면 모든 걸 하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이 우리를 의심하면 안 된다'는 말도 했다"고 했다.

그가 지금껏 북한 당국자들로부터 들은 얘기 중 그들이 가장 기분 나빠했던 말이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핵 개방 3000'이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10년 내 개인 소득 3000달러를 달성하도록 돕겠다"고 했었다. 이에 북측 관계자들은 "우리를 거지로 보는 것이냐"며 격분했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북한 비핵화의 3대 장애물로 미·북 신경전에 따른 협상 장기화, 중국의 대미·대북 전략 변화, 한·미 정부의 여론 설득 실패를 꼽았다. 특히 "유럽의 한반도 문제 연구자들 사이에선 북핵 문제가 장기화되고 한국 경제가 더 나빠질 경우 중재자로서의 한국 역할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17/201807170027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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