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은 금융 위기 이후 最惡인데 최저임금 강행으로 악화 부채질
엄중한 상황에도 現 정부는 적폐 청산·대기업 옥죄기만 골몰
朴·李 두 前 대통령 사면으로 과거 집착 벗어나 미래로 나가야
 

김대중 고문
김대중 고문
여러 정치적 부작용과 많은 경제적 위험 요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권은 요지부동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외골수거나 여기서 머뭇거리면 약점 잡힌다는 자격지심 때문인지 또는 사상의 투철함인지 문 대통령과 그의 수하들은 끝까지 '우리 길을 가겠다'는 식이다.

우리 사회의 원로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10일자 동아일보 칼럼에서 문 정부의 태도를 이렇게 비판했다. "우리 정부는 170년 전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정의(正義)와 평등 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현 정부의 경제 사회관은 운동권 학생들이 교과서와 같이(처럼) 믿고 따르던 옛날의 이념적 가치를 정의로 여기는 것 같다. (중략)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정권을 잡으면 모두 과거를 적폐로 보았다. 그래서 투쟁과 혁명을 계속했다. 그러는 동안 사회적 전통과 인간 간의 질서가 병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병드는 결과'는 경제에서 시작하고 있다. 늪에 빠진 고용은 금융 위기 이후 최악이다. 제조업은 정부의 규제와 압박으로 경쟁력을 잃고 추락 위기에 있다. 최저임금은 사용자와 근로자의 극단 대립으로 난항에 빠진 채 많은 소상공인, 자업영자들의 '폐업'을 유도하고 있다. 거기에 주 52시간 근무제 강행은 그것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기업이 문제가 아니라 중산층의 삶이 망가질 위기에 있다.

세계는 미국 트럼프발(發) 무역 전쟁으로 바야흐로 '3차 대전'에 접어들고 있다. 어떤 학자는 "북한 핵무기로 사망할 확률보다 세계 무역 전쟁에 따른 실업·빈곤·경제적 소외로 병들어 죽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의 최대 희생양은 한국"이라고 했다. 무역 전쟁이 전방위로 확산되면 우리나라 수출 피해액은 4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한국무역협회는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렇다 할 통상 전략도 없이 그저 "전반적 수출 흐름에는 이상이 없다"고 느긋하다.

미·북 회담의 성과는 지지부진이다. 남북 회담과 미·북 회담이 있기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라더니 그처럼 온 국민을 들쑤셔 놓았던 북핵 문제는 갈수록 모호하다. 트럼프는 회담 전 그처럼 설쳐댔던 호들갑과 과대 포장이 낯 뜨겁지도 않은지 이제 와서는 북핵문제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뒤로 빠졌고, 그의 특사인 폼페이오는 '요란한 빈 수레'만 몰고 다니고 있다. 신이 난 쪽은 북한의 김정은이다. 그는 혜성(?)과 같은 국제무대 등장을 만끽하고 있다. 이제 칼자루를 쥔 쪽은 자기라는 자신감을 내보이며 미국을 느긋하게 대하고 있다. 한국의 문 대통령은 그의 안중에 없어 보인다.

이런 엄중한 상황인데도 문 정부는 적폐 청산, 대기업 옥죄기, 반대 세력 겁주기 공세의 끈을 조금도 늦추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전반적 안보 상황에는 거의 무감각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관심은 오로지 북한 문제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미·북 정상회담 결과가 아무런 진전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침통함, 답답함, 초조함을 드러냈다. '나를 잡아가라'는 편의점 업주와 소상공인들의 절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으면서 기무사 문건 문제에는 날을 세우고 있다.

문 정부는 이제 이쯤에서 1차 중간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의 궤적과 속도를 점검해서 중점을 둘 것은 두고, 방향을 바꿀 것은 바꾸고, 속도를 줄일 것은 줄일 것을 권고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김형석 선생의 비판대로 '목적을 상실한 투쟁의 고통을 남길 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실패로 끝나는 것은 별개로 나라가 엉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문 정부는 대북 문제에 조바심을 갖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 쪽의 군사 대비책의 끈을 서둘러 풀어주는 것은 자칫 북한의 오판을 부를 수 있다. 안보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우리에게는 김정은이 만인지상의 독재자로 보이지만 그 독재자도 북한 군부의 사정, 정치적 여건들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다.

또 더 이상 '과거'에 집착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 상징으로 박근 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는 것이다. 그것으로 앞으로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내부의 문제와 시기의 적합성 등이 있겠지만 문 정부로서도 득실을 따져볼 때 그렇게 불리한 게임이 아닐 수 있다. 우리의 어지러운 경제 성적표가 발부(?)되고,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나 트럼프의 손발이 풀리는 올 연말이 문재인 정부의 갈림길이 될 수도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16/201807160337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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