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에 판문점서 장성급회담… 北, 회담서 종전선언 제안 가능성
양국 오늘 유해송환 추가 논의
 

미·북은 15일 판문점에서 장성급 회담을 열고 6·25 당시 북한 지역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를 정전(停戰)협정 65주년이 되는 오는 27일 판문점을 통해 송환하기로 의견 접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와 북한군 장성급 회담은 2009년 3월 개최 이후 9년 4개월 만이다. 외교 소식통은 이날 "미·북이 2시간가량 회담을 벌인 끝에 가시적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안다"며 "7월 27일 미군 유해를 송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12 싱가포르 회담에서 약속한 미군 유해 송환이 한 달 반 만에야 이행될 수 있게 된 것이다.

◇"7·27 유해 송환하며 종전 강조할 듯"

미·북은 이날 오전 10시쯤 판문점에서 만났다. 미측은 북한 요구에 맞춰 마이클 미니한 유엔군사령부 참모장(공군 소장)을 대표로 내보냈다. 북한에서는 인민군 중장(소장에 해당)이 대표로 나왔다. 회담은 2시간 만에 끝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양국은 아무런 발표를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한때 양측이 유해 송환과 관련된 입장 차가 커 협의를 중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북한은 지난 12일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한 대령급 실무회담에도 사전 통보 없이 불참한 뒤 장성급 회담을 제안했었다.

美, 유엔깃발 달고 판문점으로 - 유엔 사령부 소속 미군들이 15일 북측과 판문점에서 미군 유해 송환 문제 협의를 위해 경기 파주시의 통일대교를 건너가기 전 길가에 차량을 세우고 유엔 깃발을 달고 있다.
美, 유엔깃발 달고 판문점으로 - 유엔 사령부 소속 미군들이 15일 북측과 판문점에서 미군 유해 송환 문제 협의를 위해 경기 파주시의 통일대교를 건너가기 전 길가에 차량을 세우고 유엔 깃발을 달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북은 정전협정 65주년이 되는 오는 27일 유해 송환을 하기로 의견 접근을 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16일 북측과 추가 논의가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한 소식통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판문점에서 미군 유해를 송환하는 이벤트를 벌여 미국은 6·12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에 진전이 없다는 비판을 피하고, 북한은 '새로운 조·미 관계를 수립했다'는 식으로 선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유해 송환 문제만 논의하기로 했다"고 했지만, 북한이 이에 대한 반대급부 차원에서 종전 선언과 평화 체제와 관련한 각종 현안을 협의하자고 제안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북한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종전 선언은 북·미 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의 첫 공정"이라며 "양국이 단계적 동시적 행동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북 유해 송환 회담일에 북한이 종전 선언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북한이 유해 송환 문제와 종전 선언을 연계해 미국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은 종전 선언을 강조하면서 한국을 통해 미국을 압박할 수 있고, 동시에 비핵화 시간 끌기에도 나설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 같다"고 했다.

◇"오산 거쳐 하와이서 확인 절차 밟을 듯"

미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한국전쟁 미군 실종자는 7697명으로, 이 가운데 5300명의 유해가 북한에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군 유해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오산 공군기지로 이송된 뒤 하와이에 있는 히컴 공군기지의 법의학 감정실로 보내져 신원 확인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미 6 월 말 유해를 담을 나무 상자 100여 개를 판문점으로 보낸 상태다.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은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한 대금 지급과 관련해 11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정책 차원에서 미국 정부는 어떤 정부나 개인에게도 실종 미국인 유해에 대한 대가로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대가'가 아닌 '발생 비용'은 지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16/20180716002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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