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많은 외교 전문가는 이번 미·북 정상회담의 승리자가 김정은 위원장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합니다. 주지하다시피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표현도, 비핵화 일정조차도 합의문에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안 하겠다고 했고, 북한의 체제 보장을 약속했죠.
북한의 외교정책을 '저팔계 외교'로도 명명합니다. 타국의 멸칭이 아닙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책 '3층 서기실의 암호'를 보면 김정일 위원장이 스스로 규정한 실리 외교죠. '저팔계처럼 솔직한 척, 어리석은 척, 억울한 척, 미련한 척을 하면서 어딜 가나 얻어먹을 것은 다 챙기는 외교'랍니다.
이런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손잡았던 2000년 6·15 남북 공동 선언. 이 해빙기 시절 유럽 국가들이 북한과의 수교 방침을 천명했죠. 그중 벨기에가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관계는 설정하되 한국 주재 대사가 북한 대사를 겸임하는 것에 동의해 달라. 태 공사를 포함한 북한 협상단은 모욕이라 생각하고 회담장을 박차고 나왔답니다. 본국 보고에서도 당연히 칭찬받을 줄 알았다죠.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은 강석주 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크게 화를 냈답니다. "부시가 당선되어 앞으로 강경 정책이 예견되는데, 유럽과 빨리 외교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서울 대사를 보내든 베이징 대사를 보내든 그게 무슨 큰 문제인가."
강석주 단장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을 떠올렸지만 입 밖에 옮길 수는 없었다죠. "서울에 상주하는 대사를 평양에 보내겠다는 것은 서울을 중앙으로 인정하라는 것이므로 관계를 단절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이번 싱가포르에서도 북한의 '저팔계 외교'를 봅니다. 솔직한 척, 어리석은 척, 억울한 척, 미련한 척하면서 실리는 모두 챙기는. 하지만 아십니까. 저팔계의 이름이 왜 팔계(八戒)인지. 불문에 입문하는 그날부터 살생, 절도, 간음, 망언, 음주를 비롯한 여덟 계율을 모두 깨버린 사내. 부디 이번만은 그런 별호(別號)가 현실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북한의 외교정책을 '저팔계 외교'로도 명명합니다. 타국의 멸칭이 아닙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책 '3층 서기실의 암호'를 보면 김정일 위원장이 스스로 규정한 실리 외교죠. '저팔계처럼 솔직한 척, 어리석은 척, 억울한 척, 미련한 척을 하면서 어딜 가나 얻어먹을 것은 다 챙기는 외교'랍니다.
이런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손잡았던 2000년 6·15 남북 공동 선언. 이 해빙기 시절 유럽 국가들이 북한과의 수교 방침을 천명했죠. 그중 벨기에가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관계는 설정하되 한국 주재 대사가 북한 대사를 겸임하는 것에 동의해 달라. 태 공사를 포함한 북한 협상단은 모욕이라 생각하고 회담장을 박차고 나왔답니다. 본국 보고에서도 당연히 칭찬받을 줄 알았다죠.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은 강석주 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크게 화를 냈답니다. "부시가 당선되어 앞으로 강경 정책이 예견되는데, 유럽과 빨리 외교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서울 대사를 보내든 베이징 대사를 보내든 그게 무슨 큰 문제인가."
강석주 단장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을 떠올렸지만 입 밖에 옮길 수는 없었다죠. "서울에 상주하는 대사를 평양에 보내겠다는 것은 서울을 중앙으로 인정하라는 것이므로 관계를 단절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이번 싱가포르에서도 북한의 '저팔계 외교'를 봅니다. 솔직한 척, 어리석은 척, 억울한 척, 미련한 척하면서 실리는 모두 챙기는. 하지만 아십니까. 저팔계의 이름이 왜 팔계(八戒)인지. 불문에 입문하는 그날부터 살생, 절도, 간음, 망언, 음주를 비롯한 여덟 계율을 모두 깨버린 사내. 부디 이번만은 그런 별호(別號)가 현실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15/2018061501697.html
조선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