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잇따라 열린 한·중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시진핑 국가주석과 따로 산책하며 친밀한 모습을 연출한 것과 관련,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통역이 없는 비공식 일대일 회담의 특징을 노려 외교 공작을 펼쳤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정보기관원이 해독한 김정은의 산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정은이 ‘산책’이라는 명분 하에 통역을 따돌렸다고 지적하며 이 같이 전했다.

쌍방 통역이 있는 공식 회담에서는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기록돼 외교 문서로 남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비공식 회담에서는 대화 내용을 양 정상의 기억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나중에 어느 한 쪽에서 ‘나는 그렇게 말한 적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김정은이 바로 이 점을 노린 것이라고 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비공식 회담은 둘만의 장소에서 나누는 대화이기 때문에 상대가 본심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쉽다”며 “한쪽이 거짓말을 해 상대를 속이는 것도 용이해진다”고 짚었다.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수행원 없이 산책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한 미·일 외교소식통은 니혼게이자이에 “미국과 유럽의 정보 당국자들은 김정은이 시 주석에게는 필요에 따라 본심을 말했겠지만 문 대통령에게는 속임수 공작을 펼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무부도 문 대통령이 전한 김정은의 발언이 그의 모든 진심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2차례나 북한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는 “남북 정상회담 이후의 전개를 보면 한국 측이 북한의 외교 공작에 이용됐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며 북한이 지난 16일 돌연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한국에 통보한 것을 예로 들었다. 니혼게이자이는 “한국 정부는 김정은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이해를 보였다고 했지만, 북한은 이번에 이를 비난했다. 미국 측이 요구하는 비핵화에도 반발했다”고 꼬집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어 “북한은 한국을 잘 조종해 미국이 정상회담 개최 추진을 중단하기 어렵게 한 뒤, 엄격한 요구를 들이대 양보를 쟁취하려고 하고 있다”며 “남북 정상회담에서의 산책은 미국과 유럽의 정보 당국자들에게 북한에 유화적인 문 대통령식 ‘중재 외교’와 비공식 일대일 회담의 위험성을 재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18/2018051801297.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