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강력 반발하는 비핵화 방식인 ‘리비아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지 않겠다고 17일(현지 시각) 밝혔다. 북한이 지난 16일부터 미·북 정상회담 취소까지 거론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인 지 이틀여 만에 내놓은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달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에 합의하지 않으면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처럼 몰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의 회담 전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리비아 모델은 북한을 다룰 때와는 다른 모델”이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했던 ‘선(先) 핵 포기, 후(後) 보상’이 원칙인 ‘리비아 모델’ 추진을 공식 부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7일 백악관에서 북핵 해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AP통신·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합의하면 체제 보장은 물론, 경제적 보상도 지원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기꺼이 (경제적 지원을) 많이 제공하고자 할 것이며 그(김정은)는 보호를 받을 것”이라면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합의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자신이 추진 중인 비핵화 해법을 ‘한국식 해법’이라고도 부르면서, “김정은은 그의 나라에 남아 나라를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의 나라는 매우 부자가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리비아 모델에서는 체제 보장 내용이 없지만, 북한과 비핵화 합의에는 체제 보장 약속이 포함될 것이란 의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실제 비핵화 조건을 낮출 것임을 뜻하는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리비아 모델’은 비핵화 이후 카다피의 몰락을 초래한 서방의 개입까지 모든 과정을 일컫는 것처럼 읽혀 볼턴이 주장했던 ‘리비아 모델’과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리비아 모델에 대해 “리비아에서 우리는 그 나라를 파괴했다. 카다피와는 지킬 합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볼턴이 주장했던 ‘리비아식 모델’과는 뉘앙스 차이가 있다. 볼턴은 리비아 모델 적용을 주장할 때 핵 폐기 방식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결국 리비아식 해법을 추구할 수도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는 “만약 (비핵화)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미국은 그(리비아) 모델을 적용할 것”이라며 “만약 합의한다면 김정은은 매우 매우 매우 행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이번에 비핵화를 합의하지 않으면 결국 카다피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측한테서 들은 게 없고 아무것도 달라진 것도 없다”면서 “그 회담이 열린다면 열리는 것이고, 열리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은 우리에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 어떻게 만날지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노벨 평화상보다 더 원하는 것은 세계 평화”라며 “우리는 지금 그렇게 할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세계에서 매우 중요해질 것이고, 지도자와 국민들이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18/201805180046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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