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루하루가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설날 기다리는 마음이에요.”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마음을 이렇게 전했다.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10일 한국 정부가 전면 중단 조치를 발표한 이후 800일 넘도록 폐쇄된 상태다.



개성공단 전경 /조선일보DB
▲ 개성공단 전경 /조선일보DB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제협력도 함께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 남북 경협이 재개되면 개성공단부터 재가동될 것이란 계산이다. 특히 북한이 최근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경제건설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입주 기업인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평화 정착·남북관계 개선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경협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질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협 문제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까지 끝난 뒤에야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본 뒤 방북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경협에 대한 언급이 없으면 방북을 신청하더라도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지난 정부에서 3차례, 현 정부에서 2차례 등 총 5차례에 걸쳐 방북신청을 했지만 모두 성사되지 않았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2016년 2월 공단이 갑작스럽게 폐쇄되면서 공장 문도 제대로 닫지 못하고 나온 상태다. 기업들은 2년 넘도록 그대로 방치된 기계설비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방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남북 경협이 급물살을 타더라도 공장 재가동까지는 시간이 다소 필요할 전망이다. 설비 점검, 바이어 확보 등 거쳐야 할 단계가 많기 때문이다. 개성공단기업들은 무엇보다 경영안정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2016년 2월처럼 갑작스러운 전면 중단 사태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남북이 개성공단 기업의 법률적 지위를 보장하거나 외국 기업의 개성공단 진출을 허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개성공단은 2000년 8월 현대아산과 북한 간 합의서 채택 이후 논의를 본격화해 2003년 6월 착공했다. 2004년 12월 첫 제품을 출하했고, 2006년 북측 근로자 1만명 돌파 후 2007년 누계생산액 1억달러를 넘겼다. 공단은 2013년 4월 잠정중단됐다가 5개월 만에 재가동됐지만, 2016년 2월 전면 중단됐다. 폐쇄 당시 기준으로 중소기업 125곳이 입주해 북측 근로자 5만4988명을 고용하고 있었다.

일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공단이 재개돼도 재발 방지책 등이 어느 정도로 갖춰지는지 보고 재입주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사이에서는 안정적으로 경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공단 중단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도 보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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