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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현] 北·中 정상회담에 공동 성명이 없는 까닭

기사승인 201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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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정권 교체 없는 北·中, 발목 잡힐 약속·합의는 꺼리고 정권 바뀌는 韓·美 약점을 노려
북 非核化도 1년 이내 끝내야
 

안용현 논설위원
안용현 논설위원
김정일은 1983년부터 2011년까지 9차례 방중(訪中)했다. 정상국가 관계의 최고지도자가 만났다면 합의문이나 공동 성명, 공동 보도문 등이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서로 합의했거나 인식을 같이한 내용을 공개 인증하는 절차다. 그런데 김정일 방중 역사에는 이런 문서가 하나도 없다. 지난달 김정은의 첫 방중도 마찬가지였다.

김정일 때처럼 공동 보도문도 없이 북한과 중국이 각자 알아서 정상회담 결과를 보도했다. 그러다 보니 중국 매체가 보도한 김정은의 '비핵화' 관련 발언이 북 매체에는 한 글자도 등장하지 않았다. 반면 김일성 시대에는 북·중이 10여 차례 공동 코뮈니케(성명) 등을 발표했다. 1975년 4월 중국을 공식 방문한 김일성은 마오쩌둥 주석을 만나 '북이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권이고 주한 미군 철수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코뮈니케를 내놨다. 김일성은 공식·비공식으로 40여 차례 방중했다.

1980년대 이후 북·중 정상 외교에서 합의문이 왜 사라졌을까? 형식적으로 김정일·김정은의 10차례 방중은 모두 '비공식'이었다. 이는 일정과 의제, 합의 내용 등을 모두 알리지 않겠다는 의미일 수 있다. 그러나 2005년 후진타오 주석의 방북(訪北)은 공식 방문이었는데도 아무런 공동 문서도 나오지 않았다.

한 탈북 외교관은 "공산당 외교에서 공동 성명이 나오려면 서로 당 업적을 인정하는 문구를 넣어야 하는데 80년대는 개혁·개방, 90년대는 북핵 문제에서 합의가 어려웠다"고 했다. 1980년대 중국은 '개혁·개방' 성과를 공동 성명에 넣으려 했으나 북한이 펄쩍 뛰었다고 한다. 1990년대 이후는 '비핵화'란 단어를 놓고 북·중이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국 외교관은 "북·중 정상이 모두 만족할 만한 합의 문구를 만든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결국 북·중 정상은 개혁·개방이나 비핵화에 관한 어떤 합의문이나 공동 성명도 발표한 적이 없다.

국제 정치에서 정상 간 합의는 상황 변화를 이유로 무시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북·중이 유난 떠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이 질문에 한 중국 전문가는 "북·중 모두 정권 교체가 없는 시스템이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북한 김씨 왕조와 중국 공산당 일당 독재는 앞으로도 단시일 내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 섣부른 약속이나 합의는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걸 서로 잘 안다는 설명이다.

실제 북·중은 한 번 맺은 합의는 끈질기게 이행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은 1992년 한국과 수교(修交) 성명에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말을 넣었다. 이후 한·중 정상 합의문에 이 문구는 빠짐없이 들어가고 있다. 앞으로 중국은 현 정부가 해준 '사드 3 불(不)' 약속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다. 북한은 남한 정부가 보수이든 진보이든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 합의문을 지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면서도 정권 교체가 자유로운 국가와 맺은 합의는 그 정권 집권기에만 유효할 때가 많다는 현실도 충분히 활용한다. 북의 핵 관련 약속이 한·미 정권 교체 때마다 여지없이 깨지는 것 이 대표적이다.

이제 곧 남북,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비핵화나 평화체제 등을 담은 합의문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그 문서는 문재인·트럼프 대통령의 집권기에만 효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임기가 없는 김정은은 이런 약점을 노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2020년이면 또 미국 대선이다.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북한 비핵화가 1년 이내에 끝나야 하는 이유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15/2018041501780.html

조선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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