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퍼 美대사 대리가 직접 나서 노동당 39호실 출신 탈북자 면담
"김정은 통치자금 대던 무역회사, 최근엔 수입이 10분의 1 토막"
중국의 경제제재 동참이 결정타… 외화일꾼들, 상납할 돈 마련 못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혁명 자금(통치 자금)으로 돌아가는 북한의 '궁정(宮廷)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돼 한·미 정보 당국이 정확한 실태 파악에 나선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주한 미국 대사관도 북한 궁정 경제를 책임지는 노동당 39호실 출신 탈북자들을 집중 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美 대사관 "北 궁정 경제 휘청" 보고받아

39호실 산하 무역 회사의 해외 주재원으로 근무하다 탈북한 A씨는 이날 "지난주 미국 대사관에서 와달라는 연락을 받고 갔더니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 대리 등 미국 관리들이 북한 궁정 경제 상황에 대한 많은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지금도 해외의 39호실 소속 인물들과 연락이 된다는 A씨는 "대북 제재로 39호실 산하 총국 8곳의 연간 수입이 급감했으며, 이에 따라 북 궁정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경제구조와 비중
A씨는 "39호실 소속의 한 무역 회사는 최근 수입이 10분의 1 토막이 날 정도로 경영 상황이 악화됐다"며 "선박 운영으로 외화를 버는 대흥선박회사는 등록된 선박 40여 척 가운데 운행하는 선박은 10여 척 미만"이라고 했다. 39호실에 외화를 상납하는 다른 당·정·군 소속 무역 기관들의 수입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국가보위성(국정원 격) 소속 신흥무역회사와 인민보안성(경찰청 격) 소속 녹산무역회사도 외화를 벌지 못해 혁명 자금을 상납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외화벌이가 막힌 북한군 소속 무역회사들은 상당수가 회사 매각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통치에 막대한 지장

궁정 경제를 떠받치는 것은 북한의 각종 기관·단체가 벌어들이는 외화다. 군·보위성 산하의 무역 회사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 공관에 나가 있는 외교관과 해외 노동자들이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며 벌어들인 외화를 상당 부분 평양에 상납한다. 일부는 노동당 재정경리부에서 '당 자금'으로 쓰고, 대부분은 당 39호실에서 '혁명 자금'으로 관리한다. 김정은은 이 돈으로 고급 승용차, 요트, 주류, 명품 의류·장신구, 고가 식자재 등을 사들인다. 부하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고자 고급 손목시계와 귀금속을 살포하기도 한다. 그런데 혁명 자금이 말라 궁정 경제가 마비되면 김정은의 통치에 막대한 지장이 생기는 것이다.

궁정 경제가 흔들리게 된 것은 김정은의 핵·미사일 폭주의 결과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쏠 때마다 국제사회의 제재 강도가 높아지면서 북한의 외화 벌이에 잇따라 제동이 걸렸다. 특히 중국이 제재에 동참한 것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중 무역에 종사해온 B씨는 "작년 말부터 중국 공안과 안전부가 북한과 무역하는 중국 업체들을 조사하고 세무조사까지 진행하고 있다"며 "북한 무역 회사는 물론 북·중 무역에 종사하는 중국 무역 회사들도 처벌받기 때문에 무역 거래가 완전히 멈췄다"고 했다. 중국은 북한 무역 일꾼들과 파견 나온 근로자들의 체류 비자를 연장해 주지 않고, 신규 비자 발급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북 제재를 내년까지 밀어붙이면 궁정 경제는 완전히 거덜날 것"이라고 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대북 제재의 영향은 첫째로 김정은의 궁정 경제에 1차 타격을 주고 권력기관과 시장으로 확산되 는 추세"라고 했다.

대북 제재가 계속되면 북한 주민들의 젖줄인 장마당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북한 장마당에서 아직 물가·환율 폭등이나 사재기까지 나타나진 않고 있지만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A씨는 "극심한 외화난에 북한 경제의 큰손인 '돈주'들도 어려움을 겪는 중"이라며 "이들이 주도해 온 아파트 건설 등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16/201803160023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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