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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미·북 정상회담 추진…트럼프·김정은 ‘올인’

기사승인 2018.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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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미·북 정상회담이 전례 없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미국을 방문 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8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해 김 위원장의 ‘만남 요청’ 메시지를 전달한 뒤,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5월 안에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뒤이어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만남 초청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정 실장의 구두 설명으로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익명의 미 정부 관리를 인용,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는 없다”고 전했다.

미·북 정상회담이 거론되는 것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정일 간의 정상회담이 진지하게 논의됐던 2000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과 북한은 당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과 조명록 북한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평양과 워싱턴 DC를 교차 방문하면서 정상회담 직전까지 간 적이 있다.

◇ 대북 제재가 이끌어 낸 미·북 대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전격 제안을 받아들인 데는 대북 제재가 효과를 보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9일 오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의용(가운데)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AFP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의용 실장의 브리핑 후 트위터에 “김정은이 한국 특사단에게 핵·미사일 개발 동결을 넘어서 비핵화를 언급했으며, 정상회담까지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지금까지 큰 진전이 이뤄졌으나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정상회담을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스웨덴 총리와 정상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대화 제의와 관련, “중국으로부터 받은 엄청난 도움을 포함해 북한에 가한 제재들 덕분”이라며 “(대화를 요청하는) 북한이 진지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물밑 대북 압박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정상회담 제안의 조건으로 한·미 연합훈련 축소 등을 거론하지 않은 채로 핵·미사일 개발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기존 입장을 180도 뒤집고 ‘비핵화’를 전제로 아무런 조건 없이 트럼프 대통령에 협상을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임에 따라 양측은 사실상 모든 패를 꺼내 협상에 임하게 되는 모양새다.

이는 대북 제재로 코너에 몰린 북한이 국무부 등 외교 절차나 관례에 구애받지 않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파고들어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한 현재 상황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북한과의 대화 등 여러 가지 해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임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북미 대화의 돌파구가 극적으로 마련돼 한반도 정세가 분수령을 맞게 될 가능성이 주목된다.

◇ 정상회담 의제·장소 등 아직 불분명

그러나 정상회담의 의제가 무엇인지조차 명확치 않은 단계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빅터 차 미국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현 시점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협상의 의제가 대북 제재인지, 제재 정상화인지, 평화 협정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고 했다. 진보 성향의 박정현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 역시 “김정은과 트럼프가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할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며 “이는 아직 우리 모두를 불안하게 만든다”고 했다.

미국 백악관 관료들도 현 단계에서 정상회담을 ‘협상’이라고 부르기엔 이른 감이 있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주한 미국대사가 공석인 데다 대북 채널을 맡았던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은퇴한 후 트럼프 행정부 내에 북한과 협상 경험을 가진 인사들이 거의 없다는 점도 우려스럽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9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브리핑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상회담 장소와 형식도 이슈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직접 평양에 갈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북·중 관계가 껄끄러운 상황이라 중국에서 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중단의 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 등을 제안할 경우 한반도 정세가 급격하게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워싱턴 안팎에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는 추세라 주류 사회의 의견이 급격하게 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미 예비역 육군 대령으로 군사저술가인 더글러스 맥그리거는 8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 한국 주도의 통일을 전제로 주한미군 철수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평소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탐탁지 않게 여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담판에서 극단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북 정상회담은 북한 입장에서 숙원 과제이기도 하다. 핵무기 개발을 지렛대로 미국과 직접 대화를 해야만 최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09/2018030901052.html

조선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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