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식 '힘을 통한 평화'… 국방비 2~9위國 합친 것보다 많아]

"北미사일서 본토·동맹 지켜야"
미사일 방어 예산 11조원 편성, 핵무기 보수에 32조원 따로 요청
국경장벽 건설엔 19조원 쓰면서 해외원조 예산은 23% 깎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12일(현지 시각) 발표한 예산안을 통해 다시 한 번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를 구체화했다.

백악관이 의회에 제출한 2019 회계연도(2018년 10월~2019년 9월) 예산은 총 4조4000억달러(약 4815조원) 규모로, 국방 예산을 전년 대비 13% 늘리면서도 복지 등 비(非)국방 예산은 대폭 깎는 것이 주 내용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2019회계연도 국방 예산은 6860억달러(약 744조원)다. 우리나라의 2018년 예산이 428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미국의 국방 예산이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두 배에 가까운 것이다. 우리나라의 올해 국방 예산(43조원)과 비교하면 17배 수준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미국이 지출한 국방비 6110억달러는 중국·러시아·사우디 등 나머지 2위에서 9위까지를 합한 국방비(5950억달러)보다 많다. 특히 미국의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 안팎으로 1~2% 수준인 다른 선진국을 월등히 뛰어넘는다. 한국의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2.4% 정도다.

북한을 이유로 국방 예산 대폭 증액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 예산 대폭 증액의 주된 이유로 북한을 거론했다. 이날 백악관이 공개한 예산안 제안서에서 북한은 일곱 번 거론됐다. 러시아·이란(네 번), 중국(두 번)보다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안서에서 "힘을 통한 평화를 보장해야 한다"며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고, 군대의 현대화에 예산을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예산안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장기적 전략 경쟁자"로 규정하면서 "북한, 이란과 같은 불량 정권을 억제하고 맞서기 위해 예산을 지원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군 주둔을 늘리기 위한 투자를 주문하며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본토의 미사일 방어를 포함해 무기, 인프라 구축, 군수를 공급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미국 국방 예산 증액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북한을 언급한 것이다.

국방 예산에서 북한 관련 액수가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미사일 방어 분야다. 이날 예산안엔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응해 미국 본토와 동맹, 파트너를 지켜야 한다"며 미사일 방어 예산 증액을 요구했다. 보수 성향 매체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북한 위협으로 미사일 방어청에 배정된 예산은 99억달러(약 10조7000억원)"라고 했다. 여기에 로이터통신이 이날 핵무기 유지·보수를 위해 국방부 예산과 별도로 300억달러(약 32조5000억원)를 요청했다고 보도한 것을 감안하면 북한 관련 예산은 훨씬 커질 수 있다.

이 밖에 미 재무부도 북한의 금융 시스템 위협 등을 이유로 테러·금융정보국(TFI)과 금융 범죄 단속반(FinCEN) 예산으로 각각 1억5900만달러(약 1723억원)와 1억1800만달러(약 1279억원)의 예산을 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장벽 건설에 19조원, 복지 예산은 깎아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이었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비로 향후 2년간 180억달러(약 19조5000억원)를 배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무부 해외원조 예산(23%)과 환경보호청(25%) 등 비국방 예산은 대폭 줄였다. 백악관은 65세 이 상 미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의료서비스 메디케어 예산을 향후 10년간 2360억달러 감축하는 안을 발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캠페인 당시 삭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부분이다. 또 저소득층에 정부가 식료품을 사 먹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푸드 스탬프 프로그램' 예산도 전년 대비 22%인 172억달러를 삭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보도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14/20180214002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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