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세계 1등 꿈꾸는 중국, '美軍 없는 한반도' 만드는 게 목표
북핵, 韓·美 군사훈련 '쌍중단'은 한반도 손에 넣으려는 '독사과'
 

지해범 동북아시아연구소장
지해범 동북아시아연구소장

중국에서 무역업을 20년 이상 하고 있는 한국 기업인을 최근 만났다. 그는 작년 말 베이징의 한 회의장에서 중국 유명대학 국제경제학 교수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고 한다. 사드 갈등이 화제가 됐을 때 그는 "한국 기업의 피해가 크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중국 교수는 기다렸다는 듯이 "한반도 문제의 근본 원인은 미국이다. 한국인은 외국 군대가 주둔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며 "주한 미군은 5년 안에 철수해야 하고, 실제 그렇게 될 것이다. 못 믿겠다면 나와 내기를 해도 좋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국은 중국과 잘 지내야 한다"는 협박까지 하더라는 것이다. 그 기업인은 오만한 중국인의 사견(私見)이라 보고 웃어넘겼지만, 중국이 앞으로 한·미동맹을 거칠게 흔들 것이란 예감은 떨칠 수 없었다고 했다.

이 일화를 전해 들으면서 떠오른 것은 중국의 집요한 '한반도 전략'이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한반도를 속국으로 보고 타국이 한반도를 지배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 1944년 장제스 국민당 정부도 2차 대전 종전을 앞두고 '한국 처리 방안'을 통해 한국을 장악하려 했다. 이 방안은 '종전 후 연합국이 한반도에 군대를 파견할 때, 한강 이남은 영·미(英·美)군이, 한강 이북은 중국군이 각각 1대 4의 비율로 진주한다. 한국이 임정(臨政)을 구성할 때 외교·국방·경찰 부문에 3년 기한으로 중국인 고문을 두어, 전후 한국의 외교·국방을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한국이 독립하더라도 중국 통제하에 두겠다는 속셈이었다. 이 계획은 장제스가 대만으로 쫓겨가면서 실행되지 못했지만, 마오쩌둥에 의해 사실상 계승되었다. 마오는 6·25전쟁에서 100만명을 희생시켜 미국의 한반도 점령을 막고, 38선 이북을 친(親) 중국화했다. 작년 4월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군복 차림의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1월3일 중부군구 훈련장을 시찰하며 군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무서운 것은 이러한 한반도관(觀)이 중국 외교에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가 '중국의 평화롭지 않은 부상'에서 지적한 대로, 중국은 아시아에서 미국을 몰아내려 한다. 2050년 세계 1등 국가가 되는 꿈(中國夢)을 실현하려면 미국의 영향력을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미국의 친구 중 약한 국가부터 차례로 굴복시켜 미국을 고립시키려' 한다. 첫 타깃이 한국이다. '미군 없는 한반도'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중국은 사드 보복 같은 직접 압박 외에 북한을 앞세워 '손 안 대고 코 푸는 전략'도 구사한다.

시진핑 입장에서 김정은은 골치 아픈 존재지만, 중국이 원하는 것을 앞장서 해결하려는 '기특한 동생'이기도 하다. 핵을 손에 넣은 김정은은 미국과 직접 담판 지으려 한다. 북핵 동결과 평화협정, 경제 지원을 맞바꾸는 카드를 먼저 내밀겠지만, 그가 최종 노리는 것은 '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다. 미군 떠난 한국은 핵 가진 김정은에게 '도마 위의 생선' 같을 것이다. 분위기 조성을 위해 김정은은 '평창쇼'도 벌였다. 한국에서 '우리 민족끼리' 정서가 고조돼 "미군 철수"를 외치는 제2 촛불시위가 일어나는 게 그가 바라는 시나리오다.

이런 '기특한 동생'을 위해 중국이 내놓은 선물이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활동과 한·미군사훈련의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평화협정 협상의 동시 추진)이다. 이 '쌍제안'은 한반도를 다시 영향권에 넣으려는 중국의 속셈을 예쁜 종이로 포장한 '독(毒)사과'에 불과하다. 한국이 이 독사과를 베어 무는 순간, 북·중은 6자회담 때처럼 시간을 끌며 회담을 주도할 것이고, 한국 사회는 친미·반미로 두 쪽 날 것이며, 한·미동맹은 파탄지경에 떨어질 것이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문재인 정부가 중·북(中·北)의 의도를 정확히 읽고, 미·일(美·日)과 긴밀히 공조하는 길밖에 없다. 미군은 언젠가 떠나야 하겠지만, 그 자리를 중국이나 북한군이 차지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13/201802130300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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