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를 늘 역이용하니 환영하려 해도 찜찜하고 불안
무임승차하며 개최국 행세… 전략 벌써 절반은 성공
선수들 허탈감 극심하고 태극기 없는 개막식도 황당
 

남북 평창올림픽 회담과 관련, 많은 독자가 비판의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요점은 여자 아이스하키팀 재편과 태극기 없는 입장식 모두 어이없으며, 북한의 뻔한 선전장 전략에 왜 말려드는가 하는 것입니다. 평화 및 비핵화와도 무관한 정치쇼에 불과하니 정부는 이제라도 환상에서 벗어나라는 요구입니다.  /편집자 주

■현 상황은 남북 교류가 아니고 북한의 일방적 요구를 들어주는 형국이다. 북한은 무임승차하면서 개최국 행세를 하고 있다. 선수단만 참가할 수 있어도 감사해야 할 입장 아닌가. 그런데 우리 당국의 '협조'로 선전장 전략이 벌써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2전3기 각고 끝에 유치한 올림픽인데 피땀 흘려 준비해온 선수들과 성화 봉송 소식 등은 뒷전으로 밀렸다. 그나마 서막에 불과하다. 이제라도 환상에서 벗어나 냉철하고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선수단 공동 입장과 '한반도기' 사용도 문제다. 남한은 태극기, 북한은 인공기를 들고 동시 입장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북은 지금 핵 보유를 무기로 완전히 '갑' 행세를 하고 있다. 한반도기 같은 일회성 이벤트가 무슨 소용인가. '평화'도 올림픽 기간으로 국한될 수 있다.  /홍명후·前 강동대 겸임교수

■국가대표를 키우기 위해 부모는 긴 시간 어려운 생활을 감내하고 형제들이 꿈을 포기한 사례도 많다. 그런데 올림픽 개막을 코앞에 두고 남북 단일팀으로 재편한다고 한다. 듣는 나도 허탈한데 선수와 가족과 지도자들은 '멘붕' 상태일 것이다. 국민도 단일팀에 부정적이다. 정부가 정치적 논리로 선수의 자격과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박탈하고 있다. 남북 화해 차원에서 입장은 같이하되, 종목별 참가는 따로 해야 한다. 이것이 불가능하면 그만두어야 옳다.  /우승남·경기 고양시

9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이 전체회의 시작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여자 아이스하키팀에 북한 선수 몇 명을 넣어 단일팀을 만든다고 한다. 스포츠에 정치를 접목시킨 행위다. 우리 정치인들, 특히 좌파 정부는 어떤 수모를 겪더라도 북한을 끌어들이려고 안달이니 이해할 수 없다. 단일팀이 되든 말든 잃을 것 없다는 생각인지 몰라도 젊음을 바쳐 피땀 흘려 온 선수들은 어찌 되는가. 어거지 팀이 실력은 맞고, 손발은 맞겠는가. 국기는 또 무엇으로 할 것인가. 한반도기 공동 입장도 그렇다. 태극기 사라진 개막식을 보는 국민의 상실감은 표현하기 힘들 것이다. 공동 입장하더라도 각자의 국기를 들면 그만이다.  /심진만·경기 고양시

■이번에도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거부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보다 간절한 문제인데 다시 외면당했다. 정부는 상봉과 북한 비핵화에 대한 재논의에 나서야 한다. 올림픽도 대규모 파견에 대한 필요성 분석, 예술단 공연에 대한 철저한 사전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동 선수단도 철저한 재검토와 재협의가 필요하다. 체류비 지원은 어떻게 되는지, 일부라도 지원하면 유엔 결의 대북 제재에 저촉되는 것 아닌지 명확히 해야 한다.  /엄정대·건원엔지니어링 부사장

■우리와 '평화 이벤트'를 벌이겠다는 제의를 받아들이기에 앞서 그 숨은 덫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김정은의 제의는 김일성 때부터의 수법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평창올림픽 성공을 염원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스스로 북한이 쳐 놓은 덫에 걸어 들어가선 안 된다. 세계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다. 북한이 역대 최대 인원을 파견하겠다는데 평창의 잔치를 '평양의 잔치'로 변질시켜 정치 선전장으로 만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전가림·호서대 교수

■단일팀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남북 평화'라는 공익은 매우 추상적이며,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전혀 표현하지 않으니 실효성도 의심된다. 반면 선수들의 피해는 구체적이고 중대하니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어긋난다. 절차적 정의와 실질적 평등도 지켜지지 않았다. 선수들 동의 없는 일방 결정은 '대의를 위해 희생하라'는 논리다. 스포츠를 정치 도구로 삼은 전두환식 독재와 유사해 매우 실망스럽다. 단일팀이 필요하더라도 논의 주체는 선수와 협회여야 한다. 지금이라도 단일팀 논의는 철회되어야 한다.  /박병규·건국대 정치외교학과

■북한은 평화와 스포츠 정신을 앞세우지만 스포츠가 아니라 예술단과 응원단의 참여가 주가 되었다. 행사 주역인 대한민국의 역할은 희미 해졌다. 이러니 북한의 참여를 환영하고 싶어도 찜찜하고 불안한 것은 나만의 느낌이 아니다. 올림픽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하고 기다린 선수들과 예술인이 있다. 그들이 나라의 위상을 드높일 기회를 놓치게 해선 안 된다. 남북 화해를 바라는 순수함을 항상 역이용해온 속임수에 당하지 말아야 한다. 현재의 남북 대화는 주객이 전도되었다.  /김관택·서울 구로구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18/20180118029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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