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프랑스 파리에서 북한 은하수관현악단이 연주회를 가졌다. 정명훈이 지휘한 라디오 프랑스 필과 은하수관현악단의 브람스 교향곡 1번 합동 연주가 메인이었다. 하지만 은하수관현악단 지휘자 리명일·윤범주가 이끈 1부 연주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민요와 북한 가요를 편곡한 관현악 네 곡이 연주됐다. 해금과 가야금·장구·꽹과리 같은 전통 개량 악기를 서양 악기와 섞은 '주체 음악'이었다. '민족 악기와 서양 악기의 배합'은 김정일이 주창한 것이다. 프랑스 언론은 이날 공연을 '남북 관계를 음악으로 다시 잇는 사건'이라고 치켜세웠다.

▶은하수관현악단 악장은 서른 갓 넘은 바이올리니스트 문경진이었다. 그가 쓴 악기도 화제였다. 18세기 최고 명기(名器) 스트라디바리우스였기 때문이다. 수십억원을 줘도 살 수 없는 귀한 악기를 그가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궁금증을 낳았다. 이듬해 뜻밖의 뉴스가 나왔다. 문경진이 '풍기문란' 혐의로 다른 단원들과 함께 기관총으로 처형당했다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였다. 
 
[만물상] 삼지연 관현악단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북한이 보낸다는 '삼지연관현악단'의 실체가 오리무중이다. 만수대예술단 산하 '삼지연악단'이 관현악단으로 확대된 건지, 우리 걸그룹 같은 모란봉악단 비슷한 것을 포함시켜 만든 프로젝트성 단체인지 불분명하다. 어쨌든 정명훈이 "기량이 뛰어나다"고 했던 은하수관현악단급(級)은 아닌 것 같다. 북은 공연 내용에 대해 "통일 분위기에 맞고, 남북이 잘 아는 민요, 세계 명곡 등으로 구성하겠다"고만 밝혔다.

▶"음악은 나의 첫사랑이고 영원한 길동무이며 혁명과 건설의 무기다." 김정일에게 음악은 '혁명의 무기'였다. 이는 김정은 체제에서도 마찬가지다. 북한 노동신문은 작년 8월 1면에 '괌 포위사격'을 거론하며 '어머니 당에 드리는 노래' 악보와 김정은 친필서명을 실었다. 북한에서 음악은 정치에 철저하게 종속돼 있다.

▶은하수관현악단이 2012년 파리 공연 때 연주한 관현악 중 '비날론 삼천리' '매혹'은 김정일을 찬양하는 북한 가요를 편곡한 것이었다. '기악 작품은 인민이 널리 부르는 노래를 기반으로 창작해야 한다'는 김정일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이번 '삼지연관현악단'엔 오케스트라 80명에 노래와 춤을 맡은 '예술단' 60명까지 따라온다. 우리가 '북에서 온 미녀 응원단'을 화제 삼을 바로 그 시기에 북은 핵·미사일을 만들고 있었다. 북 공연단의 풍악 안에 감춰진 비수를 봐야 할 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16/201801160304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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