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국회 재난안전대책특위에 출석해 북핵 사태 관련 대피 훈련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미국 선제공격 시 예상되는 북한 보복 공격에 대비한 훈련에 대해 "정부가 나서 위험을 조장하는 오해와 불안감이 있을 수 있다"며 거부했다. 그는 "비상 대피 계획은 있지만 정부가 집행하기엔 부담이 크다. 국민이 납득해주고 필요성을 공감할 때만 가능하다"고 했다.

미국이 대북 선제공격을 하고 북이 대남 보복 공격을 하는 사태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지금 누구도 그 가능성을 '0'이라고 하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은 핵(核)과 생화학 무기, 장사정포를 갖고 있다. 20일 일본에선 북한이 ICBM에 탄저균을 탑재하는 실험을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사전에 대비하고 준비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그런데 정부는 북핵이 아니라 북핵 대피 훈련이 '위험'하다고 한다. 불안해서 훈련하는 건데 훈련하면 불안하다니 이런 거꾸로 인식도 있나.

정부는 군사 충돌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한다. 모두가 공감한다. 하지만 군사 충돌이 일어나면 안 되기 때문에 군사 충돌에 대비한 훈련도 하면 안 된다는 것은 무슨 논리인가. 훈련을 하면 국민이 '정말 전쟁이 나느냐'고 불안해한다는 것도 정부가 할 말이 아니다. 실제 한반도 상황은 위험하다. 위험을 보지 않고 외면하면 안전해지나. 맹수에 쫓기는 타조가 모래에 머리를 박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첫 훈련은 어느 정도의 불안감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거듭되면서 '훈련'으로 정착될 것이다. 훈련을 하면서 대피 요령을 익히면 오히려 불안이 줄어들 수 있다.

우리 국민이 가진 핵 대피 지식은 '무조건 지하(地下)로 가야 한다'는 수준에 불과하다. 구체적인 대피 요령이나 대피 장소를 아는 국민은 거의 없다. 북한 공격을 상정한 민방공 훈련이 1년 한 차례 형식적으로 이뤄질 뿐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0일 "(최근 한·중 정상회담에서) 향후 3개월 관리가 중요하다는 말이 있었다"고 했다. 실제 북핵 시한(時限)은 3개월이란 말에 점점 무게가 느껴진다. 미국 하와이에서는 이달 초 북핵 대피 훈련이 시행됐고 북한에 인접한 중국의 지역 언론은 핵 대피 방법을 신문 전면에 걸쳐 보도했다. 일본도 내년 도쿄에서 대피 훈련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가장 위험한 한국의 정부만 딴 세상이다.

정부는 북핵과는 반대로 원전 공포는 과장해 조장해왔다. 지진만으로 사고가 난 원전은 전 세계에 단 한 건도 없는데 마치 한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것처럼 했다. 그러면서 북이 진짜 위험한 핵폭탄을 만들었는데도 북핵 대비 훈련은 필요 없다고 한다. 정부가 무책임한 것에도 정도가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20/20171220028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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