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유엔 통해 대화 가능성 흘리며 국제사회 대북제재 균열 노릴 듯
미국은 압박 강조하며 신중… 한국 정부는 대화 국면 기대
 

제프리 펠트먼 유엔 정무 담당 사무차장이 5일 북한의 초청으로 중국 베이징을 거쳐 평양에 들어갔다. 유엔 고위 인사의 방북은 6년 만이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유엔을 매개로 미국에 '대화 가능성' 메시지를 보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 대오를 균열시키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4일(현지 시각) "(펠트먼 사무차장의 방북은) 정책 대화를 원하는 북한 당국의 오래된 초청에 따른 것"이라며 "상호 간의 관심사와 우려가 되는 이슈"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펠트먼 사무차장은 3박4일로 예정된 방북 기간 중 리용호 북한 외무상, 박명국 외무성 부상 등 북한 당국자들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에 따르면 북한 측이 처음 펠트먼 사무차장에 대한 초청의 뜻을 비공식적으로 타진한 것은 지난 9월 유엔 총회 기간이었지만, 실제 '방북 허가'를 내준 것은 11월 30일이었다. '화성-15형' 발사 다음 날 6년 만에 유엔에 공식 초청장을 보낸 것이다. 유엔에서는 2010년 6월 린 파스코 당시 정무 담당 사무차장이 방북했고, 2011년 10월에는 발레리 아모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국장이 북한을 다녀왔다.

평양 도착 - 북한이 ‘화성-15형’ ICBM을 발사한 지 6일 만인 5일 제프리 펠트먼(왼쪽) 유엔 정무 담당 사무차장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북한 외무성 관계자의 영접을 받고 있다. 펠트먼 사무차장의 방북(訪北)은 북한의 초청으로 이루어졌다. 그는 4일간 북한에 머물며 리용호 외무상 등을 만날 예정이다.
평양 도착 - 북한이 ‘화성-15형’ ICBM을 발사한 지 6일 만인 5일 제프리 펠트먼(왼쪽) 유엔 정무 담당 사무차장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북한 외무성 관계자의 영접을 받고 있다. 펠트먼 사무차장의 방북(訪北)은 북한의 초청으로 이루어졌다. 그는 4일간 북한에 머물며 리용호 외무상 등을 만날 예정이다. /교도 연합뉴스

이날 펠트먼 사무차장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소집된 안보리 긴급회의에 참석해서 "안보리의 단합은 지속적인 외교적 개입의 기회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런 위험한 시기에 출구를 모색하고 협상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반드시 잡아야만 하는 기회"라고 말했다. 결국 '평화 중재자' 역할을 모색하려는 유엔과 대북 제재 완화를 노리는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방북이 성사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펠트먼 사무차장 방북이 미·북 관계에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반면에 북한이 한·미·일 등 국제사회 이간책으로 활용할 위험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북한이 일방적으로 대북 제재의 부당성을 홍보하는 무대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날 미국은 '압박 증대'를 강조하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미 국무부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펠트먼 사무차장의 방북 계획을) 알고 있다"며 "미국은 유엔 안보리 회원국들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과 함께 북한 정권이 불법적인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외교적·경제적 압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리 당국은 '대화 국면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국제사회와 대화의 길로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며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이 북핵 문제 관련 중재자 역할에 대해 여러 차례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도 "도발과 위협이 중단되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단합된 의지가 전달돼서 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의 길로 복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방북 결과에 대해서는 추후에 우리에게 적절히 설명해 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측에서는 유엔 주재 중국 대사를 지낸 리바오둥(李保東) 외교부 부부장 등이 평양행 고려항공을 타기 위해 베이징에 들른 펠트먼 사무차장을 직접 만나 자국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06/201712060025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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