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존S.매케인함(DDG-56)이 지난 8월 충돌사고 직후 좌현 선미 부분을 땜질한 모습. /미 제7함대 제공=연합뉴스


최근 수송기가 훈련 중 추락하는 등 잦은 사고로 구설에 오른 미 해군 7함대가 과도한 실전 훈련과 예산·인력·무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미 CNN 방송이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 해군은 북한발(發) 위협이 높아진 올해 들어 7함대 작전구역에서 160여 차례의 다자 또는 양자 연합훈련을 수행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일정에 맞춰 로널드 레이건, 시어도어 루스벨트, 니미츠 등 항공모함 3척이 한꺼번에 한반도 인근 해역에 출동해 한일 군함과 이례적인 대형 연합훈련을 펼치면서 그 정점을 찍었다.

게다가 로널드 레이건호는 연합훈련 이후 이틀 만에 오키나와에서 일본 해군과 10일간 훈련을 이어갔다.

CNN은 7함대가 너무 무리한 일정을 소화 중이라는 우려가 불행한 사고들로 증명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6월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와 8월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존 S. 매케인'이 각각 상선, 유조선과 충돌해 모두 17명의 수병이 목숨을 잃은 사고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인명사고 외에도 두 척의 구축함을 수리하는 비용만 수억 달러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7함대는 올해 들어 군함과 관련한 5건의 대형 비(非)전투 사고와 항공기와 관련한 2건의 사고를 겪었다. 여기에는 지난 22일 로널드 레이건호의 수송기 한 대가 일본 오키나와에서 훈련 중 추락해 3명이 실종된 사고도 포함됐다.

CNN은 쉴 새 없는 훈련 일정에 지친 해군 병사들이 실수를 저지르거나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사고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피츠제럴드함의 경우 지친 승무원들이 상선을 볼 수 있는 범위 내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고도 자고 있던 함장을 깨우지 않아 사고를 자초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해군 2인자인 윌리엄 모런 참모차장은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우리는 수요 공급의 문제를 계속 갖고 있다. 그것이 우리 군에 무거운 압력을 주고 있다"며 해군이 열악한 조건에서 과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해군 장병들이 장기간 훈련과 파병으로 지쳐 상당한 심리적 압박도 받고 있는 것으로 자체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일본에 주둔한 미사일 발사순양함 '실로'의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2015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자살을 생각한다는 응답도 나왔고, 계급이 낮은 사병들은 당시 함장의 과도한 처벌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 수병은 "배 위에서 복무하는 게 떠다니는 감옥에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과도한 훈련이 오히려 장병들이 세밀한 기술을 연마할 교육 시간을 뺏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지난 9월 보고서에서 미 군함들의 장기간 일본 주둔에서 지나친 작전 임무 수요 때문에 필수적인 핵심 교육훈련이 종종 누락되 는 일이 많다고 우려했다. 칼 슈스터 하와이퍼시픽대 교수는 "교육 시간이 없다면 잊어버리기 쉬운 기술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라며 "군대는 축구팀과 같다.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해군은 조지프 오코인 7함대 사령관을 포함한 다수의 고위직을 해임하는 등 고강도 인적 쇄신을 포함해 전략적 준비태세를 살펴보는 등 종합적인 점검 작업에 들어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24/20171124013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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