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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식] 다 죽은 '보수'의 눈치는 볼 이유가 없는 걸까

기사승인 2017.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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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극우 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됩니다. 철저하게 궤멸시켜야 합니다"
이들의 장담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최보식 선임기자
최보식 선임기자

언행 불일치의 대표적 인물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반대가 많았던 장관님들이 오히려 더 잘한다는 가설이 있는데…"라며 축하했다. 실제 그렇다면 중소벤처기업들은 위선과 속임수의 잔기술을 지도받게 될 것이다. 바로 다음 날 청와대는 고위 공직 후보자 원천 배제 기준을 '5대 비리'에서 '7대 비리'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걸 "낯 두껍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지금 이대로 계속 가도 괜찮겠다고 확신한 것 같다. 여전히 손뼉 치는 국민이 더 많다. 열성 지지자들은 "사랑해요" "마음대로 해요"라고 호응하고 있다. 더 이상 다 죽은 보수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그래도 60~70%대 지지율은 유지될 것이다.

세간에서는 지금 진행되는 청와대의 '마이웨이'를 문 대통령의 결정으로 보지 않는다.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의 '아바타'다. 운동권 출신 참모들이 시키는 대로 연출하고 있다"는 말도 떠돈다. 당대표나 후보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가 자신의 생각은 별로 없었고 측근 세력에 얹혀왔다고 덧붙인다. 이는 반대 진영에서 정치적 의도를 갖고 퍼뜨렸을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핵심 참모들이 '선수'라는 점은 분명하다. 전대협과 대학총학생회장 출신인 이들은 투쟁 전술과 여론 선전술로 잔뼈가 굵었다.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알고 여론을 자기 쪽으로 유리하게 돌릴 줄도 안다. 조직적이고 치밀하고 세련되다. 직선적으로 충돌했던 노무현 정권 때와는 기량 면에서 급(級)이 다르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청와대 핵심 참모들의 구수회의가 녹음되고 그 녹취록이 모두 공개되면 정말 들어볼 만할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 캐비닛 문건이나 국가정보원의 메인 서버에서 나온 문건보다 충격의 강도에서 결코 뒤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스스로 옳고 선하다는 이들의 대화가 온통 음모와 술수, 작전으로 점철돼 있을지 모른다. 어떤 타이밍에는 과거 청와대 캐비닛 문건을 흘리고, 또 어떤 타이밍에는 국가정보원의 메인 서버 자료를 검찰에 던져준다. 정부 부처와 기관마다 스스로 '적폐 청산 TF'를 만들도록 한다. 검찰과 법원을 '적폐 대상'으로 몰아 이들이 충성심을 입증받기 위해 칼바람을 일으키고 한 방향으로 질주하도록 한다.

게다가 청와대는 자신의 입장에서 취사선택하고 판단한 뉴스를 직접 소셜미디어로 내보내고 있다. 정보를 쥔 쪽에서 독점해 만드니 기존 언론은 이를 인용하거나 베끼는 상황에 처했다. 청와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언론은 서서히 이끌려갈 것이다. 정치권력이 새로운 방법으로 모든 언론 매체에 영향력을 갖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 위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청와대 본관 충무실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참모들은 젊은 날 좌절됐던 신념을 이제 국가 운영에 실현할 것이다.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주사파 논쟁'의 대상이 됐던 임종석 비서실장 사례로 보면 이런 '신념'의 구현일 것이다. '임수경 방북 사건'의 유명세로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이 된 그는 2004년 '미국의 북한인권법 제정 항의서한'에 서명했다. 그 뒤 회의록에 남아 있는 그의 발언은 이렇다. "미국의 북한인권법 통과는 탈북자의 급속한 증가와 북한의 강한 반발을 불러온다" "탈북자 대량 입국은 인권에 반(反)하고 경제 국익에도 역행한다" "탈북자 기획 입국은 브로커가 개입된 부도덕한 상업 행위이자 대북 적대 행위"…. 2006년 1차 북핵 실험 직후 그는 "북핵 실험의 원인은 미국의 대북 금융 제재"라고 주장했다.

현 정권의 핵심들은 이런 80년대 운동권의 집단 신념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나라가 혼란과 난장판에 빠지는 한이 있어도 이들은 끝까지 밀어붙일 것이다. 여론선전전을 펼치고 대중을 동원할 것이다. 올해 초 대선 경선 때 문재인 후보는 "우리도 10년, 15년 집권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적폐 청산,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5년 가지고는 안 됩니다"라고 연설했다. 한 달 뒤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번에 우리가 집권하면 몇 번 집권해야죠? 저 극우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됩니다. 철저하게 궤멸시켜야 합니다. 쭉 장기 집권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손뼉을 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은 이들의 장담이 현실이 될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그럼에도 보수 진영은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얼마나 이렇게 가는지, 어떤 앞날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아직도 잘 파악 못 하고 있다. 어떤 인사들은 "언제까지 이렇게 난리 치겠어. 동력(動力)이 떨어지겠지"라며 요행에 기대고 있 다.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뉴라이트'가 일어나고 '아스팔트 우파'가 저항했다. 지금은 보수 정당과 시민단체가 분열하고, 명망가들은 눈에 안 띄는 게 상책이라며 엎드리고 있다.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대신 현 정권의 질주를 막아주길 원할 뿐이다. "보수가 무너질까 봐 태극기를 흔들었다"는, 정작 보수 정권에서 별로 혜택 못 받은 일반인의 말이 애처롭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23/2017112303248.html

조선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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