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북한군 병사 한 명이 북한군의 총격을 받으면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귀순한 사건을 계기로, 영국 BBC 방송과 미국 워싱턴 포스트가 북한군과 북한 사회의 전반적인 식량난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뤘다.
BBC 방송은 21일, 군 생활이 너무 힘들어 북한 여군들 대부분이 생리가 끊기고 군 내에서 강간 범죄가 ‘일상사’라고 10년간 북한에서 여군으로 복무했던 탈북 여성과 영국의 북한 여군 실태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19일 북한군 병사의 배에서 발견된 기생충들은 “북한의 식량난이 세계에서 가장 삼엄하게 감시되는 국경을 지키며 식량 배급에서 높은 순위에 드는 군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보도했다.
북한 여군들/위키피디아


1992~2001년 북한에서 여군으로 복무했던 탈북 여성 이소연씨(41)는 BBC 방송에 “1990년대 극심한 기근 속에 매일 식사가 보장된다는 생각에 다른 수많은 여성과 마찬가지로 군에 자원입대했다”며 “17세에 애국심에 고무돼 입대했고 처음엔 헤어드라이어가 지급돼 좋았지만, 전력이 부족해서 거의 쓸모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소연씨는 2008년 탈북해서, 현재 탈북여성들의 연합인 ‘뉴코리아여성연합’의 대표를 맡고 있다.
 
뉴코리아여성연합인 이소연 대표/뉴코리아여성연합

“여군 복무 6개월~1년 새 대부분 생리 끊겨”
대학교수의 딸이었던 이씨는 “갈수록 배식량(配食量)이 줄고 고련 훈련이 계속 되면서, 입대 6개월이 지날 때쯤에는 나를 포함해 많은 여군은 영양부족과 긴장된 환경 속에서 생리가 멈췄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여군들은 가뜩이나 상황이 안 좋은데, 생리까지 했으면 더 힘들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좋아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북한 여군 실태를 현장에서 조사할 기회가 있었던 북한 전문가 줄리엣 모릴럿(Morillot)은 BBC 인터뷰에서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 “20세 된 여군은 너무 훈련을 많이 해서 2년간 생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남녀 군인들의 일과는 비슷했지만, 여군의 훈련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았다. 그 시간에 여군들은 청소와 식사 준비 등을 해야 했다고 이씨는 밝혔다.

이씨가 입대할 무렵엔 여성의 군 복무가 ‘자원’이었으나, 2015년부터 18세 이상 북한 여성은 7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해야 한다. 이에 따라 18~25세 북한 여성의40%는 군 복무 중인 것으로 추정되며, 앞으로 이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BBC 방송은 보도했다.
“온수 없이, 산속 물 끌어쓰는 호스에서 뱀, 개구리 나와”
이씨는 또 생리대 지급이 원활치 않아서, 면(綿)으로 댄 패드를 재활용해 썼다고 밝혔다. 북한은 수년 전에 ‘대동’이라는 생리대를 여군들에게 지급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씨는 또 “여성으로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는 때맞춰 샤워하지 못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온수(溫水) 시설이 없어서, 산속의 물에 직접 호스를 연결해서 썼는데, 호스 안에서 개구리와 뱀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우 콘크리트 벙커 안에서 24명이 넘는 여성이 함께 잤는데, 쌀겨로 만든 매트리스에서 땀 냄새가 배 매우 힘들었다고 말했다.
 
2010년 노동당 창당기념일에 행진하는 북 여군/AP
“많은 동료 여군들 강간당해”
북한군 내에서의 ‘강간’에 대해, 이씨는 자신은 당하지 않았지만, “동료 중 많은 사람이 강간당했다”며 “혐의가 인정되면 최대 7년의 징역을 살게 되지만, 피해여군이 대부분 증언하지 않아 별로 처벌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 여군 실태를 조사한 외국 전문가들은 BBC에 “북한 사회가 가부장적이어서 가정 폭력이 여전히 용인되고, 이런 문화가 군대에서도 마찬가지”라며 “가난한 집 출신 여성으로 공병 부대로 충원되거나 소규모 임시 숙소에서 자는 여군들이 특히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북한 전문가 모릴럿 씨는 “지방 군부대에는 여군 화장실도 없어, 종종 남성들 주변에서 용변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BBC는 일부 탈북자들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돈을 받고 북한에서의 경험을 ‘과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BBC는 이소연씨와의 인터뷰에서 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글로벌 핵 강국 꿈꾸는 북한을, 식량·보건 위기가 장악” WP
또 워싱턴 포스트는 “귀순 북한군인의 배에서 나온 기생충들이 북한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상당량의 자원을 글로벌 핵 강국이 되려는 노력에 쏟는 시점에서도, 인도주의적·보건상의 위기가 북한을 장악하고 있음을 말해준다”고 19일 보도했다. 북한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2%를 군에 투입하는 것으로, 호주의 뉴스닷컴(news.com.au)는 보도했다.

이 신문은 많은 탈북자가 기생충에 감염돼 있다면서, “2014년 한국 의료진이 탈북 여성 17명을 상대로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7명이 기생충에 감염돼 있었고, B형 간염과 결핵과 같은 다른 질병 감염률도 높았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는 북한에 화학비료가 없어서, 인분을 비료로 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감시가 심한 국경 중 한 곳을 지키는 북한 군인의 배 속에서 기생충이 발견됐다는 것은 특히 충격적”이라며 “이는 북한의 식량난이 식량 배급 순서에서 매우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군인들에 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북한군인들이 겨우 기아를 면하고 있는 농가를 습격해 옥수수를 훔쳐오라는 명령을 받는다는 보도도 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또 북한 주민 5명 중 2명은 영양실조 상태이고, 6세 미만의 아동 150만명을 포함한 70%의 주민은 생존을 위해서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는 유엔의 조사 결과를 인용 보도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21/201711210168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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