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고 20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관료회의에서 “북한은 핵 초토화로 전 세계를 위협하는 것에 더해 외국 영토에서의 암살 등을 포함한 국제적인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행동을 되풀이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번 대북 조치에 대해 “오래전에 했어야 했다. 수년 전에 했어야 했다”면서 “이 지정은 북한과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적 제재와 불이익을 가할 것이며, 살인 정권을 고립화하려는 우리의 최대의 압박 작전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무부가 내일 북한에 대해 매우 거대한 추가제재를 발표할 것이며 2주에 걸쳐 이뤄지게 될 것”이라며 “2주가 지나면 제재는 최고의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조치로 북한은 9년만에 테러지원국에 재지정됐다. 미국에서 테러지원국 지정은 입법사항이 아니라 행정부의 재량사항으로, 대통령의 결심만 있으면 언제든 테러지원국 명단에 지정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이 지정한 테러지원국으로는 이란과 수단, 시리아 등이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무역 제한과 대외원조 금지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 다만 북한은 이미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를 받고 있어 실효성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일종의 ‘불량국가’로 낙인 찍는 상징적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남 VX(맹독성 신경작용제) 암살 사건과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이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라는 미 의회의 요구가 갈수록 높아진 것도 한 가지 이유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 정권은 법을 지켜야 한다. 불법적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국제 테러리즘에 대한 모든 지원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이 조치를 하면서 우리는 멋진 젊은이였던 오토 웜비어와 북한의 탄압에 의해 잔인한 일을 겪은 수많은 이들을 생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1988년 1월 처음으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바 있다. 당시 미 국무부는 1987년 12월 북한 공작원들에 의한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을 계기로 곧바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북한이 테러지원국 딱지를 뗀 것은 2008년 10월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였다 . 북한이 영변 핵시설 냉각탑을 폭파하고 핵 검증에 합의하면서 미 국무부는 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다.

하지만 북한은 2009년 5월 제2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2010년에는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으로 도발했다. 이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지만,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테러의 개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21/20171121004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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