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방한(訪韓)에 앞서 5일 방일(訪日)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아베 일 총리와 골프 회동으로 3일간의 일정을 시작한다. 두 사람은 지난 2월 아베가 방미(訪美)했을 때 골프를 함께 하며 우의(友誼)를 다진 바 있다. 당시 27홀 골프와 아침·점심·저녁 식사를 모두 함께한 것은 정상회담 역사에 이례적인 일로 기록돼 있다. 트럼프는 6일 미·일 정상회담 후에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에 참석한다. 안보 분야에서 미국이 일본과 함께한다는 메시지를 안팎에 강하게 발신하는 것이다. 북에 의해 납북돼 사망한 여중생 요코다 메구미의 부모를 면담하는 일정도 잡혀 있다. 미·일은 트럼프 방문을 계기로 더 결속하고 북에 대해 일치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에 비해 7일부터 이틀간 방한하는 트럼프의 일정 중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은 잘 보이지 않는다. 국회 연설을 빼고는 사실상 눈에 띄는 행사가 없다. 트럼프가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 북한에 경고하는 일정이 거론됐지만 없던 일이 될 것 같다. 청와대는 부인했지만, 미·일 언론은 우리 정부가 DMZ 방문을 반대한다고 보도했다. 방한한 역대 미 대통령 대부분은 중요한 고비 때마다 DMZ에 서서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돌아오지 않는 다리'까지 직접 걸어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보다 훨씬 더 많은 한국의 전후 납북 피해자들도 만나지 않는다. 한국에 3만명 넘게 정착한 탈북자 대표를 만나 북한 실상을 직접 청취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테지만 이런 일정도 없다. 청와대는 트럼프 방한이 25년 만의 국빈 방문이고 24년 만의 국회 연설이라고 강조한다. 의미가 있지만 일본과 비교되면서 전체 방문 일정이 빈약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과 일본은 국력에서 차이가 있다. 어떤 나라든 일본을 더 중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은 북핵 사태로 우리만큼 절박한 나라가 없다. 그런데 덜 절박한 일본은 절박하게 미·일 동맹 강화를 위해 뛰고 우리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한·일 방문 내용이 이렇게 다른 것은 국력 차이에 앞서 외교력과 절박함의 차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미·중·일·러에 파견되는 한국 대사들이 의외의 인물들로 채워진 것 에 대해 "외교관은 아무나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인사"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졌다. 현 정부에서 정통 외교관들의 경륜과 경험을 무시하고 '코드' 인사들만 중용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지금 4강 대사 중에 주재국의 정책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없다. 외교에 사활이 걸린 나라에서 외교 진용을 이렇게 짜고서 국익을 확보할 수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19/201710190314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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