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진의 스마트경영]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정직하게 소통해야

황우석 사태에 연루되었던 박기영 교수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임명됐다가 과학기술계와 정치권으로부터 강한 사퇴 압력을 받고 자진사퇴 형식으로 하차했다. 20조원이 넘는 R&D 예산을 배분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 자리에 희대의 연구윤리 사건에 관련이 있는 사람을 임명한 것은 애초에 잘못이었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청와대는 공과 과를 같이 보아 달라거나 참여정부 시절에 IT와 과학기술의 경쟁력이 가장 높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국민들로서는 박교수가 IT와 과학 기술에 무슨 공을 세웠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공과 과를 얘기하자면 공관병에 대한 갑질로 비난 받고 있는 모 대장은 평생의 군생활로 공을 얼마나 세웠겠는가.

참여정부 시절에 IT와 과학 기술의 경쟁력이 가장 높았다는 것도 그렇다. 무슨 근거로 하는 소리인지 알 수 없다. 듣기에 따라서는 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모욕적일 수 있다. 매년 20조원에 달하는 R&D예산을 퍼부었는 데도 지난 10여년간 경쟁력이 떨어졌다면 역설적으로 앞으로 더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공정한 사회, 경제민주화 등을 외치며 각 분야에서 경쟁력, 효율성, 창의, 수월성 등을 저해하는 법과 제도를 앞다투어 쏟아내고 있다. 세계는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데 우리만 한발짝도 못나간 결과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지난 대선 기간에 사드배치는 가장 뜨거운 이슈 중의 하나였다. 문재인 후보는 전략적 모호성을 강조하면서 전 정부에서 전격적으로 2대의 발사대를 설치한 것을 비판했다. 당선이 되면 국회 동의도 받고 환경평가도 해서 설치하더라도 절차에 따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다 최근 북한의 ICBM 발사 도발로 상황이 바뀌었다. 절차적 정당성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설치를 하지 않겠다던 입장을 바꿔 전격적으로 발사대 4기를 조기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임시배치라면서 환경영향 평가는 그대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사드 설치를 반대해왔던 성주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는 물론 일반 국민들도 어리둥절하다. 상황이 급박하니 현재 대기 상태인 사드 발사대를 우선 설치했다가 환경영향 평가 결과에 따라 철수할 수 있다는 건지 시민단체가 환경영향평가를 꼼수라고 불신하듯이 다른 이유가 있는건지 알 길이 없다.

차라리 전 정부의 전격적인 설치를 비판하고 위법시했던 것에 대해 정권을 잡기 전에는 미처 알지 못하던 북한의 거듭되는 도발 등으로 인해 설치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하는 것이 갈등을 잠재우는 길일 것이다. 오락가락하는 행보로 인해 혼선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국민들의 삶을 보살피기 위한 정책이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부자 증세를 시행해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예상한 소요재원 178조원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중장기 조세정책의 비전을 볼 수 없다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정책 실현을 위한 소요재원과 그 확보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국민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그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 박기영 교수 임명과 사퇴에서 보듯이 급급한 나머지 근거도 명쾌하지 않은 소리를 하든지, 사드 설치에서 보듯이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이 일관성을 상실한 결정을 한다든지, 5년간 추진할 정책을 위한 소요재원 확보방안에서 보듯이 대답하지 않고 묵살해서도 안 된다. 쾌도난마식으로 내놓는 정책에 못지 않게 그 실현을 위한 정확하고 정직한 내용으로 소통해야 갈등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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