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과나눔재단서 근무하는 외국인 청년 4인]

미국·러시아·중국·뉴질랜드 출신
자국서 한국학 전공 등 유학생들… 5대1 경쟁 뚫고 인턴으로 근무
"통일 준비 모임 있다는 것에 감동… 남북 화합에 가장 큰 걸림돌 北核"
 

서울 광화문 통일과나눔재단(이사장 안병훈)에 외국인 젊은이 4명이 직원으로 합류했다. 미국·러시아·중국(홍콩)·뉴질랜드 출신 20~30대 청년들이다. 5대1 경쟁률을 뚫었다. 오는 9월까지 두 달간 인턴으로 재단 일을 돕는다. 이들은 재단의 사업을 영문으로 번역해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 등을 통해 홍보하고, 한반도 통일에 도움을 줄 방안을 연구한다. 설립 2주년을 맞은 통일과나눔재단은 '통일나눔 펀드'를 조성하고 다가올 '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민간 재단이다.

주인공은 미국 네이트 컬커프(30), 러시아 크세니아 바흐티아로바(23), 홍콩 양아이밍(24), 뉴질랜드 니콜라스 트릴로(29)씨. 넷 모두 한국에 오기 전 K팝과 드라마 등 한류(韓流)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연스럽게 한국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고 남북한의 분단 현실도 알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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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니콜라스 트릴로(뉴질랜드), 양아이밍(중국), 크세니아 바흐티아로바(러시아), 네이트 컬커프(미국)씨. 이들은 한반도 통일 시나리오와 각국의 역할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다. /장련성 객원기자
컬커프씨는 4년 전 미국 네브래스카 주립대를 졸업하고 한국에 왔다. 삼겹살과 김치를 즐겨 먹는다. 젓가락질은 기본이라고 자랑했다. 그는 "북한은 위험한 국가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발생한 웜비어 억류 사망 사건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해졌다"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연세대 국제대학원에서 남북 관계 및 국제 정치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

바흐티아로바씨는 러시아 카잔연방대학 한국학과를 졸업했다. 2년 전 서울대 국제대학원으로 유학 왔다. '박세아'라는 한국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웃었다. 그는 "러시아 대학에서 한국학을 공부하면서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한국은 경제적으로 발전했고 정치 안정과 치안이 잘되어 있는 반면 북한은 폐쇄적인 나라이고 1950년대 소련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양아이밍씨는 주위에 북한을 다녀온 친구가 여럿 있다고 했다. "평양을 다녀온 친구들에게서 북한 사람들은 행복한 모습만을 보여주려고 애쓰는 배우들 같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는 "K팝을 좋아하는 한류 팬으로서 남북한 관련 뉴스를 챙겨보다가 한반도 분단과 대치 상황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트릴로씨는 뉴질랜드 켄터베리대학 졸업 후 서울에 왔다. 서강대 국제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그는 "뉴질랜드가 6·25전쟁에 참전해 한국을 도왔다는 사실과 남북 분단 상황을 알고 있다"면서 "한국에 와서 통일과나눔재단처럼 미래의 통일 한국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동했다"고 했다.

이들은 북핵 문제가 한반도 통일에 걸림돌이라고 했다. 컬커프씨는 "북한 정권은 핵으로 생존을 유지하고 있지만 과거 소련은 수천 개 핵무기를 갖고도 붕괴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바흐티아로바씨는 "북한과 대화할 때 우선 다른 협력 분야를 통해 상호 의존성을 높이면서 점차 핵무기 폐기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통일과나눔재단에서 일하면서 한반도 통일 시나리오와 각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연구할 계획이다.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는 각국의 입장을 대변한 여러 방안을 내놓았다. 바흐티아로바씨는 "한반도는 흡수 통일 가능성이 크다"며 "통일 이후 모든 한국민이 잘살고, 스위스처럼 중립적인 국가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양아이밍씨는 "남북한이 물리적 통일보다 정치·경제·문화적 차이를 줄여야 한다"면서 "홍콩은 중국에 반환된 이후 자유와 인권이 갈수록 억압받고 있는데 통일 한국은 그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트릴로씨는 "통일에 부정적인 남북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21/20170721000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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