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교류]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인터뷰

- "과도한 對北제재 풀어야"
공단 중단 기본적으로 난센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에는 공장 점검할 수 있는 기회 줘야

- 국제사회 對北제재 중인데…
지금도 北·中간 무역 자유로워
노동자 임금 직접·개별 지불 등 제재 위배 안 되는 방안 찾아야
 

문정인 신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22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외교 정책은 불필요하게 과도한 대북(對北) 제재 조치가 이뤄졌다. 북한과 준(準)전시 상태라도 민간 교류는 허용해야 한다"며 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재개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문 특보를 임명하면서 "새 정부의 통일·외교·안보의 정책 기조와 방향을 저와 의논하고 함께 챙길 것"이라고 했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지난해 6월 연세대 교수직에서 퇴임하기 전 자신의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지난해 6월 연세대 교수직에서 퇴임하기 전 자신의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 특보는 22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북한과 준전시 상태라도 민간 교류는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박상훈 기자
문 특보는 과거 햇볕정책에 관여했던 국제정치학자로, 노무현 정부 때는 동북아시대 위원장, 외교부 국제안보 대사를 지냈다.

문 특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 압박에 대해 "북한이 미워서 못살게 굴고, 고통받게 하는 이전 정권들의 조치도 한 방법이 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북핵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정상적인 거래는 하면서 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문 특보는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에 대해 전면 가동 중단 조치를 한 것은 기본적으로 난센스"라고 했다. "개성공단은 30%는 정부 지원으로 이뤄지지만 나머지 70%는 개인들이 투자해 공장을 만든 것인데 재산권을 소중하게 여기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이 무턱대고 (가동을) 막아놓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그는 "또 개성공단이 중단돼 있으니 국제 사회가 한국을 전쟁 직전 상태로 보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도 재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선 시급한 것은 개성공단에 입주한 사업자들이 공장과 설비를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북한과 대치 국면이라고 하더라도 대화의 물꼬를 터서 (북한과)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결의 2270호(3월 2일), 5차 핵실험에 맞선 결의 2321호(11월 30일)를 각각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국제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이 결의들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승인이 없는 한 북에 존재하는 회원국들의 금융 기관과 은행 계좌 폐쇄를 의무화(결의 2321호)하고 있다. 북한이 최근까지도 미사일 도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은행 계좌를 통해 현찰을 북한 당국에 지급하는 기존 방식대로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승인을 받기 어렵다.

기업들이 인편으로 북측에 노동자 임금을 전달할 수도 있지만 결의 2321호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벌크캐시(bulk cash·뭉칫돈)의 대북 이전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문 특보는 "지금도 북·중(北中) 간 무역이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며 "우리가 나서서 스스로 제재(self-sanction)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노동자 임금의 직접·개별 지불과 같은 지급 방식과 투명성 개선 등을 북한 당국과 논의할 수 있다"며 "유엔 안보리 제재 내에서도 위배가 되지 않는 방안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벌크캐시 금지 조항은 핵·미사일 무기로 전용된다는 증거가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며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패널들이 북한에 와서 (이후) 조사를 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문 특보는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서도 "금강산 관광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아산이 관광비를 모은 뒤 북 당국에 지급하는 것은 안보리 금지 조항에 해당하지만, 금강산에 입장할 때 관광객들에게 개별로 입장료를 받으면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 특보는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해 "이전 (보수) 정부가 단행했던 강경 조치들이 지금 정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과도한 조치를 푸는 것을 (이후 다른 현안에서) 일종의 바기닝(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면서 국면을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구체적인 것은 대통령 만나서 이야기를 해 볼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당시 "개성공단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그 런 식의 지렛대를 갖고 있어야 도움이 된다"고 한 적이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대북 현안을 오랫동안 다뤄온 문 특보가 이번 정권에서 '장관 위의 상(上)장관'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그는 "(나는) 비상근 특보라 한계가 있다"며 "대통령도 남북문제에 대한 철학이 이미 뚜렷하다. 옆에서 보좌하고 돕는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23/201705230019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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