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만 언급했던 트럼프, 시진핑 만난 후 北압박에 '화력' 집중]

안보리 15개 이사국 대사 초청… 오늘은 상원의원 모두 불러 對北 설명회
NYT "美정보당국, 북한이 6~7주마다 핵폭탄 1개씩 만들 수 있다고 판단"

- 美·中정상회담 후 달라진 트럼프
"北은 실질적 위협, 용납 못한다" IS 집중하다 北核으로 타깃 바꿔
'미국내 정치 난국 돌파용' 분석도

- '임기내 최대위협은 北核' 판단
NYT "트럼프 임기 말까지 北핵탄두 50개에 달할 수도… 北미사일 4~5년이면 美 도달"

- 일단은 압박, 안되면 군사옵션도
WP "그의 정책서 명확한 하나는 군사력 과시에 거리낌 없다는 것"
트럼프 "김정은 강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15개 이사국 대사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북핵은 세계의 큰(big) 문제"라며 "우리가 결국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실질적인 위협으로 (북한 핵·미사일의) 현상 유지는 용납할 수 없다"면서 "유엔 안보리는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대통령이 안보리 이사국 대사들을 모두 불러 북핵 위협과 해법을 강조한 것은 전례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26일 미 상원의원 100명을 모두 백악관으로 불러 새 대북 정책을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28일에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나서 유엔 안보리 이사국의 외교 장관급과 북핵 문제를 논의한다.
백악관에 모인 안보리 15개 이사국 대사들 - 도널드 트럼프(한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15개 이사국 대사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북한은 세계의 큰(big) 문제”라며“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더욱 강력한 제재를 가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 오른쪽으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류제이 유엔 주재 중국 대사가 차례로 앉아 있다. /UPI 연합뉴스
백악관에 모인 안보리 15개 이사국 대사들 - 도널드 트럼프(한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15개 이사국 대사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북한은 세계의 큰(big) 문제”라며“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더욱 강력한 제재를 가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 오른쪽으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류제이 유엔 주재 중국 대사가 차례로 앉아 있다. /UPI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7일 미·중 정상회담 이후 북핵 해결을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미국의 역대 어떤 행정부도 트럼프처럼 북핵을 외교 정책의 1순위로 삼고, 북한에 '화력'을 집중한 적은 없었다. 그동안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군사 옵션'까지 시사하고 있다.

니키 헤일리 주(駐)유엔 미국대사는 이날 NBC방송에 "(북한이) 군사기지를 공격하거나 우리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게 된다면 그때는 명확하게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군사 행동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이다. 미 국무부도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며 "ICBM 개발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총력전'을 벌이는 이유와 관련,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 긴박하게 움직이는 것은 북한이 6~7주마다 한 개씩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는 정보 당국의 결론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엔 안보리 대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람들이 지난 수십 년간 (북핵 문제에) 눈감아 왔는데 이제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고 했다.

 

 
 

한편,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날 북한을 향해 "불장난을 하지 마라"며 일제히 경고하고 나섰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이 북·중 접경지역에 10만명의 병력을 집결시켰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월 출범했을 때만 해도 '협상의 달인'을 자칭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해결을 위해 북한과 직접 협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협상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북핵 해결을 위해 자신의 1호 외교 정책 공약이었던 환율조작국 지정을 포기하면서까지 중국의 대북 압박을 유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대해 "북한이 6~7주에 핵폭탄 하나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정보기관이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말까지 북한 핵탄두가 파키스탄의 절반 수준인 50개에 달할 수도 있다"면서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 본토까지 날아오는 데 4~5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핵 문제를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임기 내에 핵탄두를 장착한 북한 탄도미사일이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국제사회의 협조를 요청하는 것 자체가 그만큼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반(反)이민 정책'과 '오바마 케어(오바마 행정부의 건강보험개혁법) 폐지' 등 자신의 대선 공약이 잇달아 무산되면서 지지율이 40%에 그치는 등 국내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오바마 행정부와 차별성을 보이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북핵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00일(29일)을 앞두고 내치보다 외교 업적을 위해 '북핵 올인'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해법은 군사 옵션보다 외교·경제적 압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NYT는 "트럼프 안보팀의 전략은 북한에 경제적 압박을 가해 무기를 비축할 여력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보좌진에게 '(중국의 대북) 에너지 공급 중단을 포함해 더 많은 (경제) 제재를 가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 관영 매체들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경우 "원유 공급을 중단하거나 축소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을 동원한 대북 경제 압박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독자 행동을 취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4일(현지 시각) "손바닥 뒤집듯 하는 트럼프의 외교 정책 속에서도 단 하나 명확한 것이 있다"며 "(적에게) 군사력을 보여주는 데는 거리낌이 없다는 점"이라고 했다. 예측이 어려운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적(敵)으로 규정했던 상대에 대해선 한결같이 군사 행동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 하늘엔 U-2 정찰기 - 북한 인민군 창설 85주년인 25일, 주한 미군 오산공군기지에 U-2 고고도 전략정찰기가 착륙하고 있다. 미군은 U-2를 통해 북한의 핵실험 동향과 군사 이동 상황을 감시하고 있다. /뉴시스
   
▲ 바다엔 美 최대 잠수함 미시간호 - 25일 부산에는 미국의 핵 추진 잠수함 미시간호가 입항했다. 길이 170.6m, 배수량 1만8000)으로 미국 최대 규모인 이 잠수함에는 토마호크 미사일 154발이 탑재돼 있다. /주한미군사령부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세력에 대해서 "완전히 부숴 버려야 한다"고 했었다. 이후 취임하자마자 예멘의 알카에다 기지를 특공대를 동원해 공격했고, 최근엔 아프간의 IS 기지에 전술 핵무기에 맞먹는 초대형 폭탄을 투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7일 미·중 정상회담을 전후해 북한을 부정적으로 언급한 횟수와 발언의 강도는 IS 비판 때보다 강하다. 그는 지난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큰 실수를 하고 있다"며 "나는 오바마와 다르다"고 했다. 16일에는 사실상 북한을 겨냥해 "우리 군대는 증강되고 있고, 역대 어느 때보다 강력해지고 있다"고 트위터에 썼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북핵 해결이 어려울 때를 대비해 군사 행동을 위한 '사전 명분 쌓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최근 "미국이 북한 핵시설을 정밀 타격해도 중국의 군사적 개입은 필요 없다"고도 했다. CNN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에 대해 "그(김정은)가 말하는 것처럼 강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북한의 반격을 크게 걱정하지 않고 북핵 문제를 다루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26/201704260015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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