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한반도]

- 北핵실험땐 선제타격 용인 시사
원유 공급 축소도 꺼내며 "인도주의적 재앙은 안 일어나는 수준"
"韓·美가 38선 넘어 침략하면 군사개입, 무력통일 시도 용납 못해"
북핵 외과수술식 제거는 용인하되 북한 전체는 포기 않겠다는 것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2일 '북핵, 미국은 중국에 어느 정도를 기대야 하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의 대북 군사 행동에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일종의 '마지노선'을 제시하고 나섰다.

이 매체는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에 대해 '외과수술식 타격'을 한다면 외교적 수단으로 억제에 나서겠지만, 군사적 개입은 불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한다면 사실상 미국의 선제타격도 용인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한·미 군대가 38선을 넘어 북한을 침략하고 북한 정권을 전복시키려 한다면 즉시 군사적 개입에 나서겠다"며 "무력 수단을 통한 북한 정권 전복이나 한반도 통일 시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군이 38선을 넘어 중국과 직접 맞대거나, 중국의 '완충 지대'인 북한 전체를 점령하려고 할 때만 군사 행동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환구시보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로 미·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핵 포기를 압박하는 사설 등을 잇달아 게재해 왔다. 이번에는 중국이 미국의 북핵 선제타격을 용인할 수 있다는 취지의 전례없는 사설까지 실어 중국 당국의 속내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3일 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잇따라 통화하면서 북한에 대한 압박 강도를 계속 높였다. 시 주석과는 지난 6~7일 미·중 정상회담 이후 두 번째 공식 통화다. 그만큼 북핵 문제를 놓고 미·중이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주유소에 길게 줄 선 평양 차량들 - 지난 21일 북한 평양 시내의 한 주유소 앞에서 차량들이 휘발유를 넣기 위해 줄지어 선 장면을 AP통신이 촬영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평양 주유소는 휘발유 공급을 줄였다. 이를 두고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 축소를 통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AP
주유소에 길게 줄 선 평양 차량들 - 지난 21일 북한 평양 시내의 한 주유소 앞에서 차량들이 휘발유를 넣기 위해 줄지어 선 장면을 AP통신이 촬영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평양 주유소는 휘발유 공급을 줄였다. 이를 두고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 축소를 통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AP

 

 

AP통신이 22일 보도한 '평양의 휘발유 판매 제한과 기름값 급등' 기사도 미국의 압박을 받은 중국이 북한의 생명선인 대북 송유관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증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이 실제 원유 공급을 줄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북한이 그런 상황을 대비해 휘발유 비축 등을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원유·석유 제품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북한은 오랜 제재를 겪으면서 일반적인 전력은 석탄을 이용한 화력과 수력발전을 이용해 공급한다. 그러나 각종 무기와 군용 차량, 일반 교통수단은 휘발유가 있어야 움직일 수 있다. 일부 남은 공장도 원유가 있어야 돌아간다. 중국이 북한과 연결된 송유관 밸브에 손을 대면 북한 군사력과 산업의 무력화를 가져와 김정은 정권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 중국은 2003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시인으로 촉발된 2차 북핵 위기 당시 대북 송유관을 잠시 잠갔지만, 북한의 극심한 반발에 3일 만에 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환구시보의 이날 사설은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방법과 한계도 언급했다. 환구시보는 최근 3차례 사설에서 대북 '원유 공급 중단'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날은 '대폭 축소'라는 표현을 쓰면서 그 기준으로 "북한에서 인도주의적 재앙이 일어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북 원유 공급을 줄여 김정은 정권에 경고를 주되, 북한 체제 전복까지는 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송유관 차단보다 공급 축소라는 말을 한 것이 북한을 더 긴장시킬 것"이라며 "중국이 실제 원유 공급을 줄였는지는 중국이나 북한 당국이 발표하기 전까지는 알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21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 도중 갑자기 중국이 대북 압박과 관련한 "특이한 움직임(unusual moves)이 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움직임"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원유 공급 축소 등 중국의 대북 압박과 관련한 새로운 움직임을 보고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26일 미 상원의원들을 상대로 백악관에서 비공개 브리핑을 열어 새로운 대북 정책을 설명할 예정이다. 애초 상원 의사당에서 설명회 를 열 계획이었지만, 돌연 장소를 백악관으로 바꿔 의원 보좌관과 의회 사무처 직원의 출입을 막을 예정이다. 이날 브리핑에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등 외교·안보 당국 수장들이 대거 참석한다. 또 28일에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유엔에서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의 외교 장관급들과 북핵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24/201704240018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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