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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생이 문선생을 따라잡은게 맞습네까?" 대선이 궁금한 평양

기사승인 2017.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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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선생이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선생을 많이 따라잡은 것 같던데 맞습네까?"

"기자 선생은 누가 대통령이 될 것 같습네까?"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여자 아시안컵 예선 취재를 위해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엿새 동안 평양에 머물렀다. 북한 측 요원들은 기자단에게 대선에 대해 끊임없이 물었다. 북한 민족화해협의회 소속이라는 이들 요원은 "남측(한국)의 뉴스를 보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했다. 이들의 입에선 "탄기국(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운동본부)은 어떻게 되느냐"란 질문도 나왔다. 한국 상황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이야기 중 북한 요원들에게 "미국이 화학무기를 쓴 시리아를 폭격했다"는 뉴스를 전해주자 한국에 대한 질문이 좀 잠잠해졌다.

우리 정부는 방북을 앞둔 기자단에 "휴대전화는 북한 비자를 발급받는 중국에 두고 가고, 노트북은 초기화한 상태로 가져가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세계 어떤 나라를 갈 때도 해 본 적 없는 '북한용 취재 준비'였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하자, 예상대로 북한 보안요원들은 한국 기자단의 짐을 모두 검열했다. 노트북은 직접 전원을 켜게 한 뒤 샅샅이 뒤져봤다.

평양의 겉모습은 화려해 보였다. 2015년 새로 지었다는 평양 순안공항은 서울 김포공항을 떠올리게 했고, 숙소인 47층짜리 양각도 호텔에는 볼링장, 사우나, 회전전망식당이 구비돼 있었다. 대동강 변에는 30층이 넘는 고층건물이 즐비했다.
 
   
평양 신혼부부 - 지난 6일 북한의 한 신혼부부가 평양 능라도에 있는 5월1일 경기장을 둘러보는 모습. 평양의 거리에는 이들처럼 화려한 모습을 한 시민과 남루한 옷차림의 시민이 섞여 있었다. 북한은 한국 기자단이 평양 시민과 접촉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사진공동취재단
화려하지 않은 모습은 보려 해도 볼 수가 없었다. 기자단은 북한의 승인 없이는 호텔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한국 기자단은 하루에 150달러를 내고 버스를 빌렸지만, 동선은 온전히 북한이 결정했다. 호텔과 경기가 열리는 김일성경기장, 한국 대표팀이 훈련한 능라도 5월1일 경기장 등을 오갈 때마다 늘 정해진 루트로만 움직였다. 그 루트에는 김일성·김정일의 대형 동상이 있는 만수대, 고층건물로 둘러싸인 미래 과학자 거리, 여명 거리 등 북한이 자랑하고 싶은 곳이 포함됐다. 철저히 계획된 '평양 쇼케이스'였다. 서울에 돌아와 지도를 검색해보니 양각도 호텔에서 김일성경기장까진 차로 15분 거리였다. 하지만 평양에 있는 동안 한국 기자단을 태운 버스는 '명소'를 빙빙 돌며 30분을 넘게 달렸다.

기자가 평양의 고층건물을 바라보자, 북한 요원이 기다렸다는 듯 "저 건물에는 전부 노동자들이 삽네다. 간부는 안 삽네다"라고 했다. 또 다른 북한 요원은 "저 집이 130평인데, 베란다에서 족구도 할 수 있습네다"라고 했다. 이들은 얘기를 꺼낼 때마다 "선생은 믿지 않으시겠지만~"이란 단서를 붙였다.
 
눈길 끄는 고층 빌딩 북한 평양의‘미래 과학자거리’에 있는 고층 건물의 모습.
눈길 끄는 고층 빌딩 북한 평양의‘미래 과학자거리’에 있는 고층 건물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평양은 흡연자의 천국이었다. 사람들은 어디서나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워 물었다. 한국 기자 몇몇도 김일성경기장 앞에서 불을 붙였다. 북한 보안요원이 바로 다가왔다. "선생, (김일성·김정일) 초상화 모신 곳이라 일절 안 됩네다." '금연구역'의 개념이 우리와 완전히 다르다는 걸 실감했다. 북한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초상화를 향해선 담배 연기도 못 뿜게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날이 어둑해지자 김일성경기장 앞에서도 담배 피우는 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북한 요원들을 제외하고 기자단이 만난 '평양 시민'은 단 한 명이었다. 지난 7일 남북전을 앞두고 요원들에게 끈질기게 요청해 평양 시민 한 명을 김일성경기장 앞에서 인터뷰할 수 있었다. 그 '시민'도 북한 당국이 섭외해 줬다. '100% 요원이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교과서적인 답변을 술술 내뱉었다.

북한 당국자들은 '짙은 화장'을 한 평양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민얼굴을 모두 감출 순 없었다.

평양 순안공항에서 평양 시내로 들어오는 길엔 남루한 옷차림에 호미 하나를 들고 황폐한 농토에서 뭔가를 캐는 이들이 숱하게 보였다. 도로는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져 차량이 계속 덜컹거렸다. 새벽 시간 호텔 30층 객실에서 창문을 열어보니 도로에 차량은 단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암흑 속에서 주체사상탑과 호텔 건너편 김책공대에 걸린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에만 불빛이 비치고 있었다. 고층건물 사이에는 곧 무너질 것 같은 건물이 즐비했다. 이런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하자 북한 요원은 이렇게 말했다. "선생, 어디에 쓰려고 그런 사진을 찍는 겁네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13/2017041300251.html

조선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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