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봉선 북한연구소 소장
송봉선 북한연구소 소장

최근 트럼프 미 행정부의 한반도 관련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출범 이후 북한이 지속적인 도발을 감행하자, 북핵·미사일 개발 불용(不容) 입장을 연일 천명했고, 초대 외교 사령탑인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한국 방문 기자회견에서 "대북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대북 정책이 강경 모드로 갈 공산이 크다. 트럼프는 한때 북핵 해법으로 '김정은과의 햄버거 대화' 용의를 밝혔지만 이제 그 카드는 버리고 '악당에겐 몽둥이'라는 압박 정책 강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마지막 수단으로 김정은 참수 작전까지 만지작거리는 모양새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연합 키리졸브(KR)와 독수리훈련(FE)에는 9·11 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라덴을 제거한 데브그루(DEVGRU)를 비롯한 레인저, 델타포스, 그린베레 등 미국 특수전 부대가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군 특수전 부대와 유사시 북한의 전쟁 지휘부를 타격하고, 핵물질 저장고 등 대량살상무기(WMD) 시설을 장악하는 훈련을 실시한다. 이는 김정은 참수 작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에 위협받는 상황을 더 이상 제어할 수 없다면 행동으로 옮기는 방법 외에 선택이 없다는 점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 제거 방법으로 그의 동선을 정확히 파악해 최신예 '그레이 이글 드론' 등을 투입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한·미 합동 특수전 부대가 휴민트(인적 정보)의 정보를 기반으로 직접 침투해서 처결하거나 미국의 지원을 받아 우리 특수요원을 침투시켜 김정은 소재지를 기습 공격하는 방법도 있다.

해군 제1함대사령부 3특전대대(UDT/SEAL) 대원들과 미국 해군의 스테뎀함 승선 검색반 장병들이 지난 22일 독수리훈련(FE)의 일환으로 동해상에서 실시한 해양 차단 작전 중 승선 검색 훈련을 하고 있다. /해군 제1함대사령부 제공
해군 제1함대사령부 3특전대대(UDT/SEAL) 대원들과 미국 해군의 스테뎀함 승선 검색반 장병들이 지난 22일 독수리훈련(FE)의 일환으로 동해상에서 실시한 해양 차단 작전 중 승선 검색 훈련을 하고 있다. /해군 제1함대사령부 제공
우리는 북한 김씨 세습 정권 3대로부터 수많은 위협을 받았고 피해도 많이 겪었다. 1·21 청와대 습격 기도, 육영수 여사 저격, 현충문 폭파, 아웅산 테러 등을 당했으나 우리의 보복은 없었다. 우리 정보기관이 북한 내 반(反)김 세력 일부를 활용해 보복을 실현하는 단계까지 추진했다가 전쟁 촉발 등을 우려해 중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동맹국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모험을 동맹국의 동의 없이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 참수 작전을 염두에 둔 미국 측 훈련을 김정은에게 겁을 주려는 블러핑(엄포) 정도로 가볍게 넘기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전 세계 헤게모니를 쥐고 흔드는 대국(大國)들은 자기 영토가 위협받을 가능성을 절대로 방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김정은의 거듭되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핵을 탑재한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 본토를 향해 날아가는 시나리오가 점점 더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북한이 실제로 미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미국이 판단할 경우, 동맹국의 안위는 미국의 고려 사항에서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자기 깃발로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더욱 그렇다. 김정은 참수 작전은 블러핑이 아니라 진짜 트럼프의 카드로 등장할 수 있다. 그럴 가능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예상 밖으로 빨리 닥쳐올지도 모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28/201703280374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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