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초강력 對北제재안 발의]

北, 中이 공급하는 원유·석유제품 상당 부분을 군사력 유지에 사용
동해·서해 어업권 中에 넘기고 해마다 수백억원 받아와
전문가들 "美의 이번 제재안은 北과 불법거래하는 中기업을
주저없이 제재할 것임을 밝힌 것"
 

미 하원 외교위가 21일(현지 시각) 초당적으로 발의한 '대북 차단 및 제재 현대화법'은 김정은 정권의 모든 군사·경제 기반을 옥죌 수 있는 재량권을 트럼프 행정부에 준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에 대한 원유·석유 제품 수출과 북한 어업권 거래까지 제재 대상에 넣은 것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처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트럼프 행정부는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개인 제재)' 카드를 언제든 꺼낼 수 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새 대북 제재 법안은 지금까지 나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안이나 기존 제재법보다 구체적이고 광범위하다"며 "중국을 압박해 북한에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주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복안이 그대로 담긴 것"이라고 했다.

 

 

 
 

이 법안은 우선 북한에 대한 원유·석유 제품 수출을 제재할 수 있도록 했다. 북한이 원유·석유 제품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 법은 중국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미국 정부가 중국의 국영 석유기업을 제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지만, 미국이 중국 기업을 제재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것은 중국의 신경을 곤두서게 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북한에 공급하는 원유·석유 제품의 상당 부분은 군사력 유지에 이용된다. 북한은 오랜 제재를 겪으며 일반적인 에너지원은 석탄과 수력으로 전환해 석유 의존도는 4~5%에 불과하다. 하지만 군사 분야에서는 석유가 필수적이다. 중국은 지난 2003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시인으로 촉발된 2차 북핵 위기 때 북한과 연결된 송유관을 잠그는 방식으로 북한의 숨통을 잠시 조인 적이 있다.

이번 법안은 북·중 무역을 통해 북한이 거두는 외화 수입도 봉쇄할 근거가 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식품과 농산품, 어업권, 직물의 구매를 금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동해와 서해의 어업권을 연간 수백억원을 받고 중국에 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판매금은 김정은 주머니로 고스란히 들어간다고 한다.

법안은 북한의 광산·교통·에너지·금융을 운영하는 기업이나 개인도 제재할 수 있도록 했다. 역시 북한 광산 개발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중국 업체들을 겨냥한 것이다. 유엔 안보리는 금·티타늄 등 북한산 광물 수입을 금지했지만, 이 법안은 해외 자본이 아예 북한 광산 개발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외국 금융기관이 북한 금융기관의 계좌를 유지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북한의 우회 루트를 통해 국제 금융거래를 할 가능성까지 뿌리를 뽑겠다는 의도다.

김정은 정권의 최대 '달러 박스'로 꼽히는 노동자 해외 송출을 금지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북한 노동자를 쓰는 기업은 미국 관할권이 미치는 지역에서는 그 자산이 동결된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이 법안으로 북한과 불법 거래를 하는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매체들은 이날 미국 하원이 대북 원유 공급 금지 등을 포함한 새 대북제재법을 발의했다는 소식을 한 줄도 전하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 정부도 관련 법안을 분석해 파장을 계산하기 바쁠 것"이라고 말했다. 장롄구이 중앙당교 교수는 "미국은 틸러슨 장관의 방중(18~19일)을 통해 북핵 해법과 관련해 이제 남은 것은 '무력 사용' 아니면 '더 가혹한 경제 제재'뿐이라는 걸 보여줬다"며 " 미 하원의 움직임은 무력 사용으로 가기 전 마지막 단계일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브리핑에서 직접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틸러슨 장관이 방중 때 북핵 문제와 관련해 세컨더리 보이콧을 언급했느냐"는 물음에 "중국은 어떤 국가든 국내법을 근거로 다른 국가에 독자 제재를 하는 것에 일관되게 반대한다"며 불편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23/20170323002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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