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추진체, 완성단계 진입… 1·2·3단 분리기술은 안정적 수준]

재진입때 탄두부 온도 7000도
표면이 고온에 깎여 나가는데 고르게 깎이게 하는 게 핵심기술
지금 추세면 몇년후 ICBM 완성
 

정부 당국자는 20일 "북한이 이제 미사일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에 군수 공업의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18일 실시한 신형 미사일 엔진 연소 실험을 통해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1단 추진체 제작 능력을 과시함에 따라 ICBM 개발의 '마지막 관문'인 대기권 재진입 능력을 갖추는 데 국력을 쏟아부을 것이란 얘기다.

1차 추진체 완성 단계…2개 묶으면 ICBM

ICBM급 미사일을 만들려면 ▲추진체 기술 ▲1·2·3단(段) 추진체 분리(단 분리) 기술 ▲재진입체 제작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북한은 1998년 이후 6차례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통해 추진체 기술과 단 분리 기술 확보에 주력해왔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6차례 시험 발사를 거치며 북한의 단 분리 기술은 안정적인 수준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지난 18일 실시한 엔진 연소 실험은 추진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엔진 연소 실험은 김정은 집권 이후 부쩍 늘어 총 수십 차례에 달한다"며 "북한은 이 가운데 기술적 진보가 뚜렷한 실험 결과를 골라 작년부터 대대적으로 선전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특히 이번 실험을 통해 북한의 1차 추진체 기술도 완성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 전문가들은 북한의 작년 엔진 실험과 이번 실험을 비교한 결과, 신형 엔진의 추력(推力·추진력)이 약 100tf(톤포스·1tf는 1t을 떠받쳐 버틸 수 있는 힘)로 작년 9월 공개된 엔진(80tf)보다 성능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엔진 화염이 훨씬 진해진 점, 자세제어용 보조엔진(4개)이 장착된 점 등이 이 같은 판단의 근거다. 한 전문가는 "80tf의 엔진은 3~4개를 묶어야(클러스터링) ICBM용 1단 추진체로 쓸 수 있는데 100tf가 넘으면 2개만 묶어도 될 것"이라고 했다.

재진입 기술, 쉽진 않지만 시간문제

재진입 기술 확보는 북한이 ICBM 완성을 위해 넘어야 할 마지막 산이다. 대기권을 벗어난 ICBM 탄두부가 우주 공간을 비행하다 표적을 향해 낙하하며 대기권에 다시 들어갈 때 발생하는 엄청난 열과 압력을 견디는 게 재진입 기술의 핵심이다.

사거리 1만㎞가 넘는 ICBM급 장거리미사일의 경우 대기권 재진입 시 속도는 마하 24, 탄두부 온도는 섭씨 6000~7000도까지 올라간다. 이 온도에선 탄두부가 고체·액체·기체도 아닌 플라즈마 상태(원자핵과 전자가 따로 움직이는 '제4의 물질')가 돼 순식간에 표면이 깎여 나가는 '삭마 현상'이 발생한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탄두 보호도 중요하지만 표면이 균일하게 깎이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며 "이게 되지 않으면 탄두가 엉뚱한 데 떨어진다"고 했다.

북한은 작년 3월 대기권 재진입 환경 모의시험에 성공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군 당국은 당시 실험 환경을 섭씨 1500~1600도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섭씨 7000도에 달하는 실제 대기권 재진입 때 환경과는 거리가 멀어 삭마 현상을 제대로 실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최고 난도의 재진입 기술을 당장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북한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핵·미사일 총력전을 계속한다면 몇 년 후면 IC BM을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ICBM 능력 확보를 위해 '핵·경제 병진 노선'을 국시(國是)로 채택하고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정권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왔다. 30~40년에 달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역사에서 6차례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 3차례, 5차례의 핵실험 중 3차례가 2012년 김정은 집권 이후 이뤄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21/2017032100335.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