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여성 용의자 2명 CCTV에 잡혀…
AP "김정남, 마카오行 비행기 타려다 피습", 망명 시도설도

- 북한, 왜 말레이시아 택했나
金, 내연녀 소문… 자주 나타나… 北정찰총국 사이버 기지 있어
北공작원 무비자 입출국 가능, 암살 공작 수행하기 쉬운 조건
 

한국 정부와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은 13일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쓰러진 뒤 병원으로 이송 중에 사망했다.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밖으로 출국하려 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로이터통신은 말레이시아 경찰을 인용해 "김정남은 마카오행 비행기를 타려고 했으나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뒤에서 누가 얼굴을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과 함께 어지럼증을 느꼈다"며 "공항 진료소로 옮겨졌다가 병원으로 후송되는 앰뷸런스 안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에는 북한 정찰총국 산하의 사이버 작전 기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남 실려간 병원 -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쓰러진 뒤 숨진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푸트라자야병원 앞에 14일 오후 취재진이 모여 있다. /EPA 연합뉴스
김정남 실려간 병원 -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쓰러진 뒤 숨진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푸트라자야병원 앞에 14일 오후 취재진이 모여 있다. /EPA 연합뉴스

 

 

김정남이 주거지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았다. 다만 최근 말레이시아를 자주 드나들었다. 과거에는 주로 마카오를 거점으로 움직였으나 김정은 집권 이후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지의 고급 호텔에서 자주 목격됐다. 동남아의 한 소식통은 "몇 년 전부터 김정남은 동남아 카지노 일대를 돌며 유흥을 즐겼다"며 "말레이시아에 내연녀가 있었다는 소문도 있다"고 했다. 다른 소식통은 "김정남은 2013년 12월 장성택이 처형된 뒤 한동안 싱가포르를 떠나지 않고 칩거해온 것으로 안다"며 "그러다가 얼마 후 싱가포르를 떠나더라도 신변에 큰 위험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면서 말레이시아에 자주 드나들었다"고 했다. 김정남은 2014년 1월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시내의 한국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이 일본 언론에 포착됐다. 앞서 2012년 12월에는 국내 방송이 쿠알라룸푸르 한 호텔 로비에서 김정남을 만나 인터뷰를 시도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황을 볼 때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 살면서 마카오로 출국하려 하다 살해당했을 가능성 ▲말레이시아에 들렀다가 마카오로 돌아가려다 범행을 당했을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된다. 어쨌든 북한이 김정남을 제거하려 했다면 그가 자주 모습을 보이는 말레이시아는 가장 범행하기 좋은 장소였던 셈이다. 말레이시아에는 대남 공작을 총괄하는 정찰총국 산하 사이버 부대가 있는 등 공작 여건이 북한으로선 좋은 곳이라고 한다. 특히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상호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북한 공작원이 자유롭게 입출국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김정남이 망명을 시도했고, 이 사실이 북한에 알려져 암살을 당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대북 소식통은 "말레이시아는 북한 고위층이 남한으로 망명할 때 은밀하게 자주 쓰는 루트"라며 "김정남도 말레이시아에서 한국 등 제3국 망명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작년 중국에서 일하다가 탈북한 북한 여종업원 13명도 말레이시아 루트를 이용해 한국에 들어왔다. 이 소식통은 "김정남은 김정은 집권 이후 계속 신변 위협을 느낀 것으로 안다"며 "이명박 정부 시절 실제 김정남을 망명시키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정남이 여성 공작원에게 살해당한 것을 근거로 "미인계에 당했다"는 설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김정남은 2010년에도 중국에서 암살 위기 에 몰렸던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소식통은 "2010년 위장 탈북한 간첩을 잡았는데 '정찰총국이 김정남을 중국에서 살해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는 진술을 했다"며 "당시는 김정일이 살아 있을 때인데 김정은이 김정일 몰래 김영철 정찰총국장을 통해 암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관측된다"고 했다. 김정일이 친자식을 암살하려고 했을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15/2017021500306.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