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부시 2기 출범 때 재미봐
핵 보유·6자회담 중단 선언해 9·19 공동성명이란 '보상' 얻어
오바마 취임 후 미사일·핵 실험… 이 땐 대북 제재·압박 역풍 맞아

- 평남 숙천서 ICBM 추정물체 포착
길이 13~14m로 기존 것보다 짧아… 새로운 추진체로 만든 신형인 듯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의심되는 동향이 최근 한·미 정보 당국에 포착됨에 따라 과거 미국의 신(新)행정부 출범에 즈음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강행해온 북한의 도발 패턴이 이번에도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19일 "(북이 ICBM을 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북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와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압박에 나설 수도 있고, 거꾸로 북한을 달래려고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며 "북의 ICBM 발사는 '김정은의 도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 행정부 출범 때마다 습관적 도발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기 전에는 미국 신행정부 출범에 맞춰 '언어 도발'에 주력했다. 부시 2기 행정부 출범 직후인 2005년 2월 10일 북한 외무성은 '핵 보유'를 선언하며 "6자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이에 발끈하면서도 6자회담의 명맥을 유지했고, 결국 그해 9월 6자회담의 유일한 성과물인 9·19 공동성명이 나왔다. 외교 소식통은 "당시 경험이 '미 행정부 출범 초기의 도발은 보상으로 돌아온다'는 그릇된 학습 효과를 북한에 줬다"고 했다.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자 북한은 본격적으로 '핵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오바마 1기 행정부 출범 3개월 만인 2009년 4월 5일엔 함경북도 무수단에서 대포동 2호 미사일(은하 2호)을 발사했다. 유럽 순방 중이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프라하에서 자신의 안보 구상을 담은 '핵 없는 세상' 연설을 하기 직전이었다. 북한은 7주 뒤 2차 핵실험도 강행(5월 25일)했다.
 
 

 당시 도발은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관(對北觀)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게 외교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오바마는 취임 전 '적과의 대화'를 언급할 정도로 북에 포용적인 자세를 보였다"며 "하지만 취임 직후 핵·미사일 연타를 맞고 '전략적 인내'라는 북한 무시·압박 노선을 걷게 됐다"고 했다.

북한은 오바마 재선 직후인 2012년 12월 12일에도 장거리 로켓(은하 3호)을 쏴 인공위성(광명성 3호)을 궤도에 진입시킨 데 이어, 두 달 뒤엔 3차 핵실험(2013년 2월 12일)에 나섰다. 간헐적으로나마 북한과 비공식 접촉을 이어오던 미국은 당시 도발을 계기로 일방적인 대북 제재·압박 모드로 돌아섰다.

이번엔 미 본토 도달 신형 ICBM?

이번에 ICBM 추정 물체가 포착된 지점은 평남 숙천군으로 알려졌다. 작년 3월 18일 노동미사일 2발이 내륙을 가로질러 동해 방향으로 발사된 곳이다. 군 관계자는 "신형 ICBM은 물론이고 기존 ICBM인 KN-08·KN-14도 시험 발사한 적은 없다"고 했다. 동쪽으로 쐈다 실패할 경우 내륙 지역이 피해를 볼 수 있다. 또 이 물체는 길이 13~14m로 중거리 무수단 미사일(12m)보단 길고 KN-08(19~20m)이나 KN-14(17~18m)보단 짧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작년에 개발한 신형 추진체로 만든 신형 ICBM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형 ICBM의 최대 사거리는 KN-08(1만2000㎞)·KN-14(9000~1만㎞)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ICBM 시험 발사가 마감 단계"라고 언급한 뒤 북한의 각종 기관·단체들은 ICBM 발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달 초 미국이 탐지 거리 4800㎞의 '해상 기반 X밴드 레이더'를 한반도 쪽으로 이동시킨 것도 북 ICBM 발사 동향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18일 영변 핵 단지에서 플루토늄 재처리가 마무리되고 원자로 재가동 조짐이 보인다고 전했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맞춰 복합적인 도발로 강한 인상을 남 기고 싶은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반드시 미국 신행정부 출범과 연계된 것은 아니다"고 본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으로선 핵탄두 소형화, ICBM 기술 진전을 해서 핵보유국 인정을 받는 게 급선무"라며 "만약 쏜다면 (트럼프를 의식해서라기보단) 핵과 ICBM 기술의 조속한 완성을 위해서일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20/201701200025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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