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망명한 태영호(오른쪽)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정당 초청 간담회에서 하태경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덕훈 기자
작년 8월 망명한 태영호(오른쪽)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정당 초청 간담회에서 하태경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덕훈 기자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17일 "최근 한국에 온 북한 외교관이 상당히 많다"며 "지금 북한 고위 탈북자 중 저 말고는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한 외교관들은 (동료들의 탈북을) 다 안다. 소문이 다 난다"고 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바른정당 초청 간담회에서 "제가 있던 유럽에서도 저뿐이 아니다. 지금 전 세계에서 한국행을 기다리는 (엘리트층 북한) 사람도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보 당국에 따르면 실제 태 전 공사의 망명(작년 7월)을 전후해 해외 주재 북한 엘리트 관료들의 망명이 현저하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소식통은 "한국행을 택한 북한 외교관이 작년 한 해에만 두 자릿수"라며 "정통 외교관을 포함해 해외에서 외교관 신분으로 활동하는 노동당 39호실과 무역성 간부, 군인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라고 했다. 이 중에는 태 전 공사보다 지위가 높은 인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탈북한 중견·고위급 탈북자들에 대한 관계 당국의 전략 신문 결과를 보고받은 전직 고위 관리 A씨는 "탈북 급증의 가장 큰 이유는 2015년 노동당 창건 70주년과 작년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전후해 해외 공관에 가해진 극심한 충성 자금 상납 압박"이라며 "달러를 못 벌면 처벌이 두려워 도망치고, 달러를 벌어도 '북한엔 미래가 없다'는 생각에 탈출한다"고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올해는 김정일 출생 75년, 김일성 출생 105년, 인민군 창건 85주년 등 북한이 중시하는 '꺾어지는 기념일'만 15개"라며 "주요 행사 때마다 충성 자금을 바쳐야 하는 북한 외교관들에겐 어느 해보다 고단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태 전 공사는 또 이날 간담회에서 "북한은 공산주의 이념에 이조(李朝) 조선을 결합한 봉건 노예 사회"라며 "오늘날 북한은 프롤레타리아 독재 개념은 사라지고 김씨 일가의 세습 통치만을 위해 존재하는 거대한 노예 사회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정권의 아킬레스건은 명분과 정체성이 불투명한 백두 혈통"이라며 "김정은은 자기가 누구이고 어머니가 누구라고 김정일처럼 명백히 밝히자니 걸림돌이 너무 많다"고 했다. 김정은의 친모 고용희는 북한에서 '3등 시민'으로 차별받는 재일교포 무용수 출신이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이 집권 6년째인 올해도 자기 생일을 기념일로 지정하지 못한 것은 '탄생 신화' 조작이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라고 했다.

그는 대북 정책 기조에 대해 "외부 정보 유입을 통해 민중 봉기를 준비시켜야 한다"며 "국제 공조와 대북 제재를 계속 유지하고 인권 공세를 계속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북 식량 지원의 10~20%만 북한 주민에게 돌아가는 실상이라며 "더 중요한 것은 남한에서 쌀이 왔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거저 주는 것은 북한 정권을 강화하고 핵무기를 개발하게 하는 부정적 영향만 준다"고 했다.

그는 북핵 문제와 관련, "(북이 보기에) 한국은 병존할 대상이 아니라 없애야 할 대상이다. 핵·생화학 무기로 남한을 없애버린다는 전략"이라며 "(사드 배치는) 우리 국민과 한국이 지금까지 이룩한 것을 핵 참화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문제로 주변 나라들의 눈치를 보면 안 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8/201701180026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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