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스콤의 사와리스 회장 사임
금융계열사 평양지점 폐쇄 이어 유엔 대북제재에 결국 두손 들어
 

북한에서 이동통신 사업을 해온 이집트 대기업 오라스콤의 창업주인 나깁 사와리스(62) 회장이 4일(현지 시각) 오라스콤 회장직에서 사임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 재무부 제재에 따라 오라스콤 소유의 금융사인 오라뱅크 평양 지점의 폐쇄 결정을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오라스콤은 이날 "사와리스 회장이 2017년 1월 1일부로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최근 새 사업 구상을 공개하는 등 경영 일선에서 뛰던 그가 사유도 밝히지 않고 갑자기 사임한 것은 미국과 안보리 제재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현지 소식통은 "사와리스 회장은 미국과 유럽에서 사업을 활발하게 해왔고, 많은 자산이 서방에 있어 미국의 대북 제재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탐사보도 전문매체 '파이낸스 언커버드'에 따르면, 사와리스는 미국 국적도 소유하고 있어 미 제재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번에 폐쇄하기로 한 오라뱅크 평양지점도 미 제재 명단에 오른 조선외환은행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외환은행은 북한 핵개발의 금융 통로 역할을 해왔다. 사와리스 회장은 이슬람권 국가인 이집트에서 소수 종교인 콥트(Copt)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파키스탄·레바논 등에서 통신 시장을 개척해 중동·북아프리카 최고 재벌이 됐다.

현재 북한에 진출한 최대 외국 기업인 오라스콤마저 대북 사업으로 타격을 받으면서 북한은 해외 투자자의 '늪'이라는 악명이 다시 증명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02년 중국 어우야(歐亞)그룹의 양빈(楊斌) 전 회장은 신의주 개발을 위한 특구 행정장관에 임명됐지만, 곧바로 중국 당국에 체포돼 탈세·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다. 중국 당국의 반대를 무시하고 북한만 믿은 게 화근이었다.

중국 500대 기업에 들어가는 시양(西洋)그룹은 북한 황해남도 옹진 철광에 2억4000만위안(약 430억원)을 투자해 철광석 선광(選鑛) 공장을 세웠으나, 2012년 투자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한 채 쫓겨났다. 단둥 훙샹(鴻祥)그룹의 마샤오훙 회장도 대북 사업으로 돈을 벌었다. 그러나 북한의 불법 금융 거래 등에 연루돼 지난 10월 구속됐다. 외교 소식통은 "오라스콤 사와리스 회장은 '미다스의 손'으로 유명했지만, 북한 투자의 저주를 풀지는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06/2016120600341.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