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무기가 아니라 음식입니다."

오준(61·사진) 주(駐)유엔 대사는 지난 30일(현지 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결의안을 채택한 후 발언권을 얻어 "이 결의안뿐 아니라 앞으로 북한 인권 관련 토론이 우리 형제자매의 삶을 더 좋게 하고 존엄성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핵·미사일 개발에 희생되고 있는 북한 주민의 인권을 되찾아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안보리 이사국 발언이 끝난 후 비(非)이사국으로는 유일하게 발언권을 얻어 유엔 대사로서의 마지막 공식 발언을 했다.

오 대사는 북한 인권 문제를 중요 안건으로 올려놓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14년 12월 북한 인권 문제가 안보리에서 처음 다뤄진 날 "북한 주민은 우리에게 그냥 '아무나(anybodies)'가 아닙니다"라는 연설로 유엔 외교가에 큰 감동을 안겼고 북핵 문제가 곧 인권 문제임을 각인시켰다.

이날 서맨사 파워 주(駐)유엔 미국 대사는 오 대사에 대해 "원고를 읽는 게 아니라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얘기로 안보리에서 외교관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준 사람"이라고 했다. 이날 안보리 회의가 평상시보다 한 시간 빠른 오전 9시 열린 것도 오 대사의 마지막 연설을 듣기 위한 파워 대사 등 안보리 대사들의 배려 때문이었다. 10시부터 다른 안건들이 상정돼 있었기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북핵 관련 회 의는 다음 날에나 열릴 수 있었다.

오 대사는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3년 3개월 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매달려온 소회를 밝혔다. "북핵 문제 해법은 오늘 결의안 같은 비(非)군사적 제재를 통한 것이어야 한다. (강한 제재가 계속되면) 북한은 어느 시점에 '결단의 순간'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38년 외교관 생활을 접고 내년 1월 퇴임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02/20161202000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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