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화산 폭발 규모가 예상보다 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약 1000년 전 폭발한 백두산에서 방출된 ‘황’ 등 가스가 역대 최대 규모라는 분석이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와 북한의 평양지진국, 영국 케임브리지대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946년에 일어난 백두산 화산 폭발 때 생긴 천지 인근의 암석에 남아 있는 기체를 분석한 결과 ‘황’의 양이 1815년에 일어난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보다 많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30일자(현지시간)에 발표했다.
 

 
 

1815년에 일어난 탐보라 화산 폭발은 7만 10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유사 이래 최대 규모 화산폭발로 알려져 있다. 당시 탐보라 화산에서 나온 화산재는 상공 500km까지 솟구치고 반경 600km 지역을 3일 동안 캄캄하게 만들었다. 이 때 나온 가스로 인해 햇빛이 지표에 도달하지 못해 지구 기온을 수년 동안 1도 가량 낮춘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 연구에서 백두산 폭발이 탐보라 화산 폭발보다 큰 규모였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했다. 연구진은 천지 인근의 암석에 남은 가스의 양을 분석한 결과 백두산 폭발로 방출된 황의 양이 약 4500만 톤(t)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기존 연구에서보다 황의 양이 2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분석됐으며 이는 탐보라 화산 폭발 때보다도 많은 양이다.

연구진은 “과거 백두산 화산 폭발이 전지구적인 기후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백두산의 위치가 비교적 고위도이며 폭발 시기가 겨울이었기 때문에 성층권에서 가스가 빨리 제거됐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북한의 과학자들도 다수 포함됐다. 유럽 및 미국 연구진과 백두산 관련 연구를 진행해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북한 연구진은 지난 4월 백두산 천지 5~10km 지하에 녹아있는 마그마가 있으며 규모는 서울시 면적의 2배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