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성의 인권 실태 보여줘]

中서 인신매매·性노리개 수모
아직 中에 2만~3만명 더 있지만 중국 출생은 탈북자 지원 안 돼
 

 
 

국내 재학 중인 탈북자 자녀 가운데 제3국(대부분 중국)에서 태어난 자녀의 숫자가 지난해 처음으로 북한 출생 탈북 학생을 앞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북한 땅을 벗어난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인신매매 등을 당하고 중국인 남편의 아이를 낳은 뒤 겨우 한국으로 들어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6일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 등에서 출생해 작년 말 기준 한국 학교(초·중·고)를 다니는 탈북자 자녀 숫자는 1249명으로, 북한 출생 탈북 학생(1226명)을 사상 처음으로 추월했다. 올해 9월 현재도 재학 중인 탈북자 자녀의 51.2% (1383명)가 제3국 출생인 것으로 집계됐다. 탈북자 자녀가 태어난 제3국의 98.6%가 중국이다.

북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이날 "북한 아버지보다 중국인 아버지를 둔 탈북 청소년이 더 많다는 것은 탈북 여성이 중국에서 당하는 인권 침해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탈북 여성인 최모씨는 "탈북 브로커만 믿고 중국으로 나갔는데 인신매매를 당해 여기저기 끌려 다니며 온갖 수모를 당했다"며 "성 노리개로 팔려간 탈북 여성들은 도망가지 못하도록 옷도 입지 못하고 감금된 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반(反)노예 생활을 하던 탈북 여성들은 중국 생활이 조금 익숙해지면 어린 자녀를 데리고 한국으로 도망치거나, 먼저 한국으로 나온 뒤 중국의 자녀를 불러온다.

탈북자 브로커 김모씨는 "2009년 말 북한의 화폐개혁 실패로 생계가 어려워진 북한 여성이 많이 탈북했다"며 "중국이나 남한에 아무런 연고도 없이 이판사판 탈북했다가 인신매매 조직 등에 걸려 중국인에게 팔려간 탈북 여성들이 작년부터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북 소식통은 "최근 탈북자의 70~80%가 여성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에서 탈북 여성이 낳은 자녀는 최대 2만~3만명에 이를 것이란 추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중국인 아버지를 둔 탈북 여성의 자녀는 엄밀히 말해 탈북자가 아니다. '비보호 탈북 청소년'으로 분류되는데, 북한 출생 청소년처럼 대학 입시와 생계비 등에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다. 2010년 입국한 탈북 여성 정모씨는 "중국에서 낳은 아이 두 명을 데리고 한국에 왔으나 (지원이 없어) 어려움이 적지 않다"며 "특히 아이들이 한국말을 못하는 게 문제"라고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중국 출생 탈북자 자녀는 입국 후 "북한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때부터 중국에서 살아 한국말을 못한다"고 둘러대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보호 탈북 청소년' 대책이 부처별로 제각각인 것도 문제다. 교육부는 인도주의 입장에서 이들에게 고등학교 교육까지 지원하고, 통일부는 방과후 공부방 정도를 지원한다. 여성가족부는 이들을 다 문화 가정 자녀로 분류한다.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관계자는 "탈북 여성이 중국에서 낳은 아이는 '비보호 탈북 청소년'이고, 그 여성이 북한에서 낳은 아이는 '탈북자'이며, 남한에 와서 출산하면 '대한민국 국민'이 된다"며 "한집안에 비보호 탈북 청소년, 탈북자, 한국인이 모여 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종합적인 탈북 청소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