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의 지난 19일 후버연구소 발언은 북한에 대한 군사 조치 가능성을 열어놓은 미국 내 대북 공격론의 최근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카터 장관은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 즉 '오늘 밤이라도 싸울 수 있다'는 주한 미군의 슬로건을 언급한 뒤 "그럴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는 중·러 등 한반도 주변국을 상대로 북핵을 외교적으로 풀어 보려는 노력에 대해 "현재 외교적 상황은 암울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이 북핵의 위협을 받는 상황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미국 내에선 북핵 시설에 대한 선제타격 또는 예방타격론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오바마 행정부 초기 합참의장을 지낸 마이크 멀린은 "북한이 실제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선제타격이 가능하다"고 했다. 존 하이튼 전략사령관 내정자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북의 ICBM(대륙간탄도탄) 개발을 "시간문제"라고 평가하고 북핵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했다.

그간 미국의 북핵 대응은 주로 유엔 제재를 통한 비(非)군사적 압박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북한은 아랑곳 않고 핵·미사일 능력을 미국에 실질 위협이 되는 수준까지 고도화시켰다. 이제 북은 ICBM 엔진의 지상 분출 실험을 공개하면서 최종 목표가 미 본토라는 점을 과시하는 단계까지 갔다. 분명한 것은 미국은 자국 안보를 지상 과제로 내세우는 나라라는 점이다. 심각한 위협 요인이 생기면 군사력 사용을 망설이지 않았다. 실제 1993~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 미 클린턴 행정부는 북 영변 핵시설을 폭격하려 했다. 북의 보복 공격을 우려한 한국 김영삼 정부의 반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중재 등으로 북폭(北爆)은 막판에 취소됐다. 그 결과물인 1994년 10월 제네바 합의는 나중에 휴지 조각이 돼버렸다. 그때가 북한의 핵개발 초기 단계였다면 지금은 핵공격 체계 완성 직전 단계다. 미국으로선 북핵의 근원을 제거할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할 수 있다.

북핵 예방타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도 많다. 북이 핵물질 및 관련 시설을 어디에 감춰놓고 있는지 파악해야 하고, 보복 공격에도 대비해야 한다. 그와 관련해 미국이 어떤 준비를 해놓고 있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중요한 사실은 미국 안보 당국자들이 잇따라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일련의 발언이 공감대 없이 불쑥 나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반도 안보가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위중한 상태에 있다는 뜻이다. 우리 의지와는 상관없이 '힘 대(對) 힘' 논리로 안보 현실이 굴러갈 수 있다는 상황까지 상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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