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북 폭격, 미·북 타협, 한미동맹 이완… 모두 가능하다
마음의 준비 해야 어려운 시기 지난다

 

양상훈 논설주간[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양상훈 논설주간[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존 하이튼 미국 전략사령관 내정자가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이 결국 핵탄두를 탑재한 ICBM(대륙간탄도탄)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 최고위 담당자가 북핵 실전 배치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북핵을 폐기시키려고 북한 정권을 망하게 할 수는 없다는 중국이 있는 한 북핵은 막을 수 없다. 북한이 이를 잘 안다. 북이 새로 개발한다는 로켓(대륙간탄도탄)도 한두 번 실패할지는 몰라도 결국 성공할 것이고, 위협적인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3~4기 실은 신형 잠수함도 결국 우리 눈앞에 등장할 것이다. 한·미 당국이 뭐라고 말하든 지금까지의 북핵 폐기 시도는 전부 실패했다.

몇 달 전 경험 많은 외교관에게 '모든 시도가 무위로 돌아가고 북핵 실전 배치가 현실이 됐을 때 벌어질 일은 무엇이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 외교관은 잠시 뜸을 들인 뒤 "이론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의 타격"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미국의 대북(對北) 예방타격을 상상 속의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실제 벌어질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그러나 미군의 서랍 속에 들어 있던 예방타격 작전계획이 이미 그들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인들은 말보다 행동이 무서운 사람들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한 외교부장관이 "미국인들은 가장 전쟁을 많이한 사람들"이라고 했는데 미국의 역사와 지금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맞는 말이다. '전쟁하는 사람들'이란 것은 군사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섰을 때 주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북한과 같은 집단으로부터 미국 도시들이 핵위협을 받게 되고 이의 정치적·외교적·군사적 부작용이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오면 F-22 스텔스 전폭기가 대량으로 북한 하늘을 가로지를 수 있다. 영화 속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은 그런 나라다.

이스라엘이 이라크의 원자로를 공습으로 파괴했을 때 미국 대통령은 레이건이었다. 보좌관들은 미국의 동의를 받지 않은 이스라엘의 독자 군사행동에 대해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레이건은 돌아서 나가는 참모들 등에 "남자애들은 원래 그런 거야"라고 했다 한다. 레이건 이후 그같이 하지 않았을 미국 대통령들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미국의 대북(對北) 공습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는 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미, 전격 북 공습'이란 충격적 뉴스가 어느 날 TV 자막에 뜨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현실 인식은 가져야 한다.

 

미국은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도 북한 공습 직전까지 갔다. 포기하게 된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한국 정부의 강력한 반대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우리 사회엔 어떤 결정적인 국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를 흘릴 수 있다는 합의가 전혀 없다. 하다못해 주식 값만 떨어진다고 해도 난리가 날 것이다. 미국 공습으로 북핵의 근원을 없애버릴 수 있다고 해도 서울에 포탄이 떨어진다면 절대 안 된다고 할 것이다. 우리는 북한에 완전히 인질로 잡혀 있는 셈인데 때로 경찰은 인질의 희생을 감내하고 진압작전을 펴기도 한다. 그런 일은 정말 절대 없을까. 마음의 준비는 해야 한다.

미국이 최종적으로 공습을 포기하게 되면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미국과 북한의 직접 대화가 시작될 것이다. 미국은 북 정권을 관리 가능한 상태로 두어야 할 필요가 있고 북엔 국제 제재를 벗어나 한반도의 주도권을 본격 행사한다는 오랜 숙원이 있다. 협상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북 정권이 공고해지고 한·미동맹이 약화되는 추세가 생기는 것은 예상할 수 있다. 최선은 북핵 폐기와 미·북 수교, 유엔과 미·중 보장에 의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이고 최악은 주한미군 철수 조건의 북핵 동결일 것이다. 그 중간 어디쯤이라고 해도 미국에 안보를 전적으로 의존해 살던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엔 격변이 불가피하다. 그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미국이 공습도 할 수 없고 미·북 협상도 실패하면 핵 국가들 사이에 낀 비핵국가로서 이리저리 치이면서 살아가야 한다. 느닷없이 닥치는 위협에 놀라기도 하고 매우 굴욕적인 상황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언제 터질지 모를 화산 옆에 사는 주민들 처지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때도 우리 사회의 불감증이나 여론 분열은 여전하겠지만 한반도 안팎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강도와 심각성이 지금과는 달라서 불안한 기류가 미세먼지처럼 우리 미래를 가릴 것이다. 그런 상황에 대해서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 등도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주장 이상을 넘어설 수 없는 것이 우 리 한계다. 우리는 그럴 수 있는 체제가 아니고 그럴 결의도 없다. 당장 전술핵 재배치에 미국이 동의한다 해도 주민 반대로 어디 갖다 놓을 곳도 없을 것이다. 재래식 군사 대비나마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하면서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도 시간은 우리 편일 것이란 희망을 갖는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 어려운 시기를 지날 수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