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거리 로켓 엔진 시험 성공"]

한국형 달탐사 로켓보다 강력
핵탄두 소형화 필요 없어져… ICBM 개발 완료 앞당겨질 수도

엔진 4개 결합·대기권 재진입 등 아직 넘어야 할 기술은 남아있어
 

북한이 20일 성공했다고 발표한 '신형 위성 운반 로켓용 엔진 연소 시험'은 무게 1t이 넘는 핵탄두를 싣고 워싱턴을 포함한 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성공과 직결되는 것이다. 지난 9일 5차 핵실험에 이은 신형 로켓 엔진 시험은 핵탄두 장착 ICBM의 개발이 성큼 다가왔다는 의미다.

한국형 달 탐사 로켓보다 강한 추진력
 북한은 '백두산'으로 이름 붙인 신형 액체연료 로켓 엔진의 추력(推力·추진력)을 80tf(톤포스)라고 밝혔다. 80t의 무게를 떠받쳐 버티는 힘이다. 북한이 최근 일본 근해로 발사한 노동미사일의 엔진 추력은 27t이다. 27t의 추력으로도 770㎏의 탄두를 최대 1300㎞까지 날릴 수 있다. 북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노동 엔진보다 3배 강한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미국 전문가들은 이 신형 엔진이 이란 핵협상의 큰 걸림돌이었던 이란의 80t 엔진과 같은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은 엔진 여러 개를 묶어 추력을 높이는 '클러스터링(clustering)' 기술을 자주 써왔다. 미국·러시아·유럽은 물론 우리나라도 자주 쓰는 방법이다. 북한은 2012년 12월과 지난 2월 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린 은하 3호를 쏘면서 노동 엔진 4개를 묶어 1단 로켓으로 사용했다. 이 로켓의 총추력은 108t(27t×4개)이었다. 북한이 신형 엔진 4개를 한 다발로 묶는다면 총추력 320t에 달하는 강력한 로켓을 만들 수 있다. 이는 우리가 2020년쯤까지 달 탐사 착륙선 운반용 로켓으로 만들려는 한국형 우주발사체(KSLV)-2보다도 강한 것이다. KSLV-2는 75t급 액체로켓 엔진 4개를 묶어 300t의 총추력을 갖도록 설계됐다. 우리는 지난달 75t 엔진을 145초간 연소 시험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북한은 이날 80t 엔진을 200초간 연소시켰다고 말했다.

은하3호보다 큰 은하9호 발사 가능성

전문가들은 북한의 신형 로켓이 ICBM으로 전환될 경우 미 전역이 사정권에 놓일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2월 발사된 장거리로켓은 무게 200㎏의 탄두를 최대 1만2000㎞까지 날릴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채연석 전 항공우주연구원장은 "북한이 320t 추력으로 200초간 연소하는 데 성공한다면 무게 1~1.5t가량의 탄두를 미 전역으로 날릴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탄두 소형화(무게 1t 이하)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김승조 전 항공우주연구원장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ICBM은 '사탄'으로 불렸던 구소련의 SS-18이었는데 총추력이 440t이었다"며 "탄두를 소형화할 필요 없이 핵탄두를 10개까지 탑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서해안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에서 신형 로켓 엔진 분출 실험을 지켜보고 있다. 노동신문은 20일 1면에 이와 관련한 컬러 사진 9장을 공개했다. /노동신문[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서해안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에서 신형 로켓 엔진 분출 실험을 지켜보고 있다. 노동신문은 20일 1면에 이와 관련한 컬러 사진 9장을 공개했다. /노동신문[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미 전역을 타격할 ICBM 개발에 성공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남아 있다. 우선 엔진 4개를 묶는 클러스터링에 성공해야 한다. 4개 엔진의 출력 등에 미세한 차이가 있어도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시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미사일 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생기는 6000~7000도의 열을 견디는 내열(耐熱) 기술과 정밀한 탄두 자세 제어 기술 등도 필요하다. 북한이 이런 기술을 확보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북한이 내달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전후해 쏠 가능성이 높은 장거리로켓은 기존의 은하 3호보다 큰 은하 9호 계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 12월 모형이 처음 공개된 은하 9호는 은하 3호의 1.2~1.3배 크기였다.

과거 북한의 액체연료 로켓은 연료주입 시간 등으로 인해 사전 탐지가 가능했다. 하지만 평양 미사일 공장에서 동창리 발사장 지하까지 철도가 연결됐고, 발사대에 개폐식 대형 가림막까지 설치돼 사전 탐지가 매우 어렵게 됐다. 미 외교안보전문지 디플로맷은 북한이 앞으로 훨씬 도발적인 대기권 핵실험을 고려할 수 있으며, ICBM인 'KN-08' 발사 시도가 이와 관련됐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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