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호기로운 이미지 연출
김일성·김정일과 달리 근접 촬영, 웃는 사진 많아… 선전 효과 극대화 노려
사진가는 '金 우상화' 첨병
노동당 선전선동부 소속… 金씨 3代 걸쳐 우상화
 

북한은 지난 6월 22일 오전 5시 58분과 8시 5분 두 차례에 걸쳐 원산 일대에서 무수단 미사일(최대사거리 3500㎞)을 발사했다. 한·미 정보 당국은 하루 전에 북한이 이날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고 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전용기인 러시아제 일류신(IL-62) 비행기와 러시아제 MI 계열의 헬기가 평양에서 원산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레이더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헬기에는 '1호 사진가'들이 타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1호'는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를 뜻하는 말로, 1호 사진가는 김정은 사진을 찍는 전용 사진가를 가리킨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 노동신문 사진과 조선중앙TV 화면을 통해 김정은이 검은색 코트를 입고 뿔테 안경을 쓴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뒤로 넘긴 헤어스타일, 배 내밀고 걷는 장면도 여러 차례 등장했다. 김정은에게 김일성의 이미지를 입히기 위한 방편이라고 정보 당국은 설명했다.
금기 깬 뒷모습 - 촬영 김정은이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을 보고 있는 모습. 김일성·김정일 때는 뒷모습을 찍는 건 금기에 가까웠지만, 김정은의 경우 이 같은 사진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 노동신문[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금기 깬 뒷모습 - 촬영 김정은이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을 보고 있는 모습. 김일성·김정일 때는 뒷모습을 찍는 건 금기에 가까웠지만, 김정은의 경우 이 같은 사진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 노동신문[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에도 1호 사진을 통해 선전 선동을 했다. 이 당시 촬영된 1호 사진에는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이 있다. ▲근접 촬영된 사진이 적고 ▲1호와 북한 주민이 떨어져 있고 신체접촉을 하고 있는 사진이 드물며 ▲1호의 앞모습만 나온다는 점이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는 이 같은 점이 모두 바뀌었다. 노동신문에는 김정은을 가까이에서 촬영한 사진이 실리고 있다. 1면 전체에 커다란 김정은 사진 한 장만 나온 적도 있다. 김정은이 북한 주민이나 군인과 팔짱을 끼고 활짝 웃는 사진도 자주 나온다. 김정은에게 젊고 호기로운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연출로 풀이된다.

특히 김정은 시대에는 1호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도 등장하고 있다. 노동신문 2015년 5월 9일자에는 김정은이 잠수함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을 바라보는 뒷모습 사진이 나왔고, 올 7월 20일자에도 김정은이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을 보는 뒷모습 사진이 실렸다. 정보 당국은 신문을 읽는 독자와 김정은이 함께 미사일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줘서,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매체에 실리는 김정은 사진을 분석한 책 '김정은.jpg'(저자 변영욱)에 따르면, 사진에는 김정은의 급한 성격도 드러나고 있다. 북한에선 1호가 단체사진을 찍을 때 한가운데 서는 지점에 가로 2㎝·세로 5㎝ 크기의 빨간색 테이프를 붙인다고 한다. 김정일은 사진을 찍을 때 모두 정확하게 마크를 가렸는데, 김정은은 대충 서서 찍거나 다리를 벌려서 마크가 보이는 사진도 나온다.

노동신문에 1호 사진이 동시다발적으로 실리는 것도 김정은 시대의 특징이다. 6월 23일자 노동신문은 1·2면에 걸쳐 무수단 미사일 발사 관련 사진을 총 33장 실었는데, 이 중 11장에 김정은이 나와 있다.

1호 사진가의 이름이나 소속은 철저히 가려져 있다. 김일성 때 노동신문에 1호 사진가 이름이 나온 적이 있지만, 1967년 10월 12일자부터 사라졌다. 그 이후에는 1호 사진과 기사 밑에 '조선중앙통신' 또는 '본사정치보도반'으로 소개되고 있다.

1호 사진가는 김정은 우상화 보도 및 선전물 제작·유포를 주도하는 노동당 중앙위 선전선동부(부장 김기남) 소속으로 알려져 있다. 김기남은 현재 당 서열 6위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代)에 걸쳐 선전선동부에서 일하며 우상화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히틀러에게 괴벨스 선전장관이 있었다면 김정은에게는 김기남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여동생 김여정을 선전선동부 부부장에 임명하는 등 혈육까지 활용해 우상화에 집중하고 있다.
 

인민군 포옹 연출 - 김정은이 지난 6월 조선소년단 창립 70돌을 축하하는 행사에서 인민군을 포옹하는 장면을 1호 사진가가 촬영하고 있다. 1호 사진가가 촬영한 사진은 북한 노동당 중앙위 선전선동부(부장 김기남)의 사전 검열을 거쳐 보도된다. / 조선중앙TV[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인민군 포옹 연출 - 김정은이 지난 6월 조선소년단 창립 70돌을 축하하는 행사에서 인민군을 포옹하는 장면을 1호 사진가가 촬영하고 있다. 1호 사진가가 촬영한 사진은 북한 노동당 중앙위 선전선동부(부장 김기남)의 사전 검열을 거쳐 보도된다. / 조선중앙TV[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김정은이 지난달 19일 미사일 발사 훈련을 참관하는 모습. 탁자에는 ‘전략군 화력 타격 계획’이라는 제목의 대형 한반도 지도가 펼쳐져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미사일이 한국 전체를 타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사진 구도와 소품까지 고도로 연출된 사진”이라고 말했다. / 노동신문[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김정은이 지난달 19일 미사일 발사 훈련을 참관하는 모습. 탁자에는 ‘전략군 화력 타격 계획’이라는 제목의 대형 한반도 지도가 펼쳐져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미사일이 한국 전체를 타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사진 구도와 소품까지 고도로 연출된 사진”이라고 말했다. / 노동신문[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김정은 시대에 1호 사진가의 위상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10월 29일자 노동신문에는 1호 사진가 중 한 명으로 보이는 사람이 김정은을 찍기 위해 김양건 비서와 박봉주 경공업부장을 밀치고 나오는 사진이 실렸다.

김정은 1호 사진 구도 등을 분석한 결과, 통상 5명 안팎이 함께 촬영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김정은 사진에 나오는 소품 구도까지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0일자 노동신문에는 김정은이 황해북도 황주에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하는 사진이 실렸는데, 김정은 책상에는 '전략군 화력 타격계획'이라는 제목이 달린 대형 한반도 지도가 탁자 위에 펼쳐져 있었다. 이 지도에는 부산까지 미사일 사정권으로 표시한 것으로 보이는 곡선이 있었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북한 미사일이 한국 전체를 사정권에 두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고 지도가 가장 잘 보이게 사진을 찍은 것"이라고 했다.

북한과 김정은의 '1호 사진' 집착은 무수단 미사일 발사 때 드러났다. 무수단 미사일은 4월 15일(1발), 4월 28일(2발), 5월 31일(1발), 6월 22일(2발) 등 총 6발 발사됐으나, 마지막 발사 전까지 5발이 실패했다. 김정은은 무수단 미사일이 발사될 때마다 거의 매번 평양에서 원산까지 전용기를 타고 날아가 현장에서 대기했던 것 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 중 성공했을 때 촬영한 사진만 공개했다.

김정은은 전시성 건설 현장을 심야나 새벽 시간대에 수차례에 걸쳐 기습 방문했다. 이때 사진·동영상 촬영을 위해 간부와 북한 주민들이 긴급히 동원됐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 사진 촬영을 위해 박수 치고 울부짖는 조연 배우 역할을 해야 하는 북한 주민의 불만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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